놈은 방송 용어론 좀 부적절하니 지금부턴 사람으로 바꾸겠습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좋은 사람, 최고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쁜 사람, 그리고 당최 그 속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사람….
80년이 지난 지금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이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먼저, 두 명의 나쁜 사람을 볼까요.
사흘 전,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이 술집에서 난동을 부려 불구속 입건됐죠.
술집 종업원에게 케익을 사오라며 심부름을 시키고, 시끄럽게 떠들어 주의를 요청했더니 물건을 던지고 깨부수며 난동을 부린겁니다.
사건이 알려진 후 그가 한 말은 '언제나 모범을 보이라고 지도해주신 집안 어른들께 죄송하다' 였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그 어른인 아버지 장세주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지금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거든요.
팝스타 리차드 막스가 동영상을 SNS에 올려 국제적인 망신을 산 사건도 있었죠.
지난 20일, 항공기 내에서 술에 취해 승객과 승무원을 폭행하며 장장 2시간 동안 난동을 부린 중소기업 두정물산 대표의 아들 임범준 씨 사건입니다.
소위 부모 잘 만난 금수저들이 연이은 난동과 갑질로 '나쁜 사람' 비판을 받고 있는거죠.
그럼, '좋은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전북 익산에 사는 붕어빵 아저씨 김남수 씨는 거리에서 붕어빵과 와플을 판 돈을 조금씩 모아 2백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벌써 4년 째입니다.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엔 누군가 16년 전부터 매년 수천만 원씩 보내오고 있고, 해남군청엔 라면 6백 박스가, 함평군청엔 40만 원의 동전 뭉치가 전해졌습니다.
어렵지만 나눌 줄 아는 '얼굴 없는 천사들', 좋은 사람의 표상이죠.
그런데 참 이상한 사람도 있습니다.
동국제강 장남의 술집 난동 사건을 맡은 용산 경찰서 얘깁니다. 용산서는 '물건을 파손한 사실만 조사할 뿐, 왜 난동을 부렸는지는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거든요. 어린 아이도 이해하기 힘든 말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랑의 온도탑 마저 얼어버린 지금, 나쁜 사람과 이상한 사람들이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얼굴없는 천사들이 있어 조금은 살만하지요.
새해에는 '나쁜 사람'·'이상한 사람' 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아져서 훈훈한 세상, 감동이 있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