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이상고온, 원인은…"태풍급 저기압"

북극 이상고온, 원인은…"태풍급 저기압"

↑ 북극 이상고온/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북극에서 관측된 이상 고온 현상이 열과 수증기로 꽉 찬 '태풍급 저기압'(Storm Frank)이 북극에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김백민 박사 연구팀은 해양수산부 출연사업인 '극지 기후변화 / 기상재해 예측시스템의 개발 및 활용 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4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북극에서는 영하 20~25도였던 평년 기온이 갑자기 20도 이상 치솟으며 0도에서 최대 영상 5도 기록하는 등 이상 고온 현상이 한 달 내내 지속했습니다.

이후에도 이와 같은 유례없는 이상 고온 현상이 연중 내내 여러 차례 관측됐습니다.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이 중위도의 인구 밀집 지역인 동아시아와 북미·유럽 지역의 한파, 폭설, 폭염 등의 극단적인 기상 상황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북극해 현장 관측 자료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북대서양 지역에서 발생한 중심기압 930hPa의 태풍급 저기압이 북극으로 유입하면서 이상고온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북극의 기온 상승이 북극해 얼음감소 등 북극 내부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한 연구 결과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외부 요인이 오히려 이상고온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2015년 12월 28일 북대서양에서 생성된 저기압이 31일 북극으로 유입돼 소멸했고, 바로 다음 날인 1월 1일부터 이상 고온 현상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연구팀의 김백민 박사는 "태풍이 상륙할 때와 마찬가지로 열과 수증기로 가득 찬 강력한 저기압이 남쪽에 해당하는 걸프만에서 생성돼 북극으로 치고 들어간 것"이라며 "실제로 당시 저기압이 생성된 걸프만 바닷물 수온이 뜨거웠고, 남쪽에 있어야 할 열이 북극에 유입되면서 기온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구온난화로 태풍급 저기압 등 강력한 폭풍우가 많이 생기고, 이런 것들이 북극으로 유입되면서 더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 결과 논문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발생한 저기압의 북극 유입사례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에 착수했으며, 북극의 고온현상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