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와 시민단체,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연구학교 신청 봉쇄 움직임에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강력한 공개 경고에 나섰다. 특히 '소위 전교조'라는 표현을 두 차레나 써가며 전교조가 법외노조임을 강조하는 한편, 이들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다. 전교조와 진보교육감들도 격한 어조로 반발하면서 찬·반 진영간 충돌이 감정싸움 수준까지 번지고 있다. 학교 현장의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식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언론보도에 따르면 소위 '전교조'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학교에 직접 찾아가 압박을 가하는 등 학교현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시·도 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을 위해 오늘까지 단위 학교에 공문을 전달하라"며 "소위 '전교조'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도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택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을 방해하는 등 위법 부당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학교들도 내부의 자율적 판단을 통해 역사교육 연구학교 신청 여부를 결정해 달라"며 "학교의 자율 선택을 방해하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을 때는 학교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담화는 전교조를 정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추진하던 일선 학교에 전교조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찾아가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강력한 경고사인을 보낸 것. 이 장관은 담화에서 전교조를 향해 '소위 전교조'라는 용어를 두 차례나 사용하며 불편한 시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분류된 임의단체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교조의 일선 학교 압박이 불법적이란 뉘앙스를 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담화에 대해 전교조 등 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 교육부' 수장이란 자가 '소위 전교조'를 운운하며 적반하장격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며 격한 어조로 반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성향 시·도교육감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연구학교 지정을 강행하려는 교육부 지침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울산의 한 중학교가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추진하다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교육현장 혼란이 염려돼 내린 결정이며 외부 압력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학교 운영위원회가 열리기 나흘 전인 이달 3일 전교조 울산지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학교를 항의방문하며 학교측을 압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8일 연구학교 신청기간을 당초 마감일인 이달 10일에서 15일까지 닷새 연장한다고 밝
교육계 관계자는 "찬·반측 충돌이 논쟁 수준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는 느낌"이라며 "학교 현장에서도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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