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자동차터미널 면허를 취득해 버스 승차권 판매 권한을 가진 인천공항이 매표 대행업체를 추천 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기존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안을 새롭게 검토하고 나서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인천공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기존 사업자는 소송을 스스로 취하해 모종의 거래설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버스 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지난해 12월 26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앞으로 한통의 공문을 보냈다.
여객자동차터미널이 만들어 지는 제2여객터미널과 기존 제1여객터미널의 매표소, 시외버스 전산망을 통합 운영할 매표 대행 사업자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12월 말까지 연합회 추천이 완료되면 2월 초 매표 사업자와 임대차·운영계약을 맺고 3월 1일부터 운영하겠다고 했다. 사업 1년을 보장하고 인천공항 정책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고 부연해 10월께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열면 매표 대행 사업자를 새로 뽑지 않고 사실상 통합 매표권을 계속 보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연합회는 사흘 뒤 전국 시도버스운송사업조합에 전달해 지난달 6일 3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돌연 무산됐다. 전국공항버스운송사업자협회에서 가칭 인천공항서비스주식회사를 설립해 매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공항버스운송사업자협회는 이달 초 "제2여객터미널을 개장할 때까지 제1여객터미널 매표 사업권자인 인천에어네트워크에서 계속 매표 업무를 수행하고, 버스 업체가 자율적으로 참여해 인천공항내 승차권 매표, 세차, 정비, 주유 등을 위한 가칭 가칭 인천공항서비스주식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의견을 인천공항에 제시했고, 인천공항도 동의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버스 업체들은 "버스운송조합을 통해 업체 추천까지 받은 인천공항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데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다"면서 "이는 기존 사업자에 매표 사업권을 주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공항서비스주식회사 설립안은 전국공항버스운송사업자협회에서 인천공항에 제안한 것이지만 기존 사업자(인천에어네트워크)의 대주주가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데다, 신설 법인 지분도 기존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서비스주식회사 자본금은 57억9900만원으로 이 가운데 51.7%인 30억원은 기존 매표 사업권자인 인천에어네트워크를 인수합병으로 조달한다. 또한 공항리무진, KAL리무진, 서울공항버스, KD운송그룹 등 4개사가 나머지 자본금 27억9900만원 가운데 50%를 담당하는데 이 가운데 KAL 리무진을 제외한 3개사는 인천에어네트워크 주주이기도 하다. 나머지 50%는 공항버스운송사업자협회 회원사 몫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에 버스 업체들은 "새 법인의 지분 70% 이상을 기존 사업자와 관련 업체가 점유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협회 회원사의 지분 참여는 의미가 없다"면서 "기존사업자의 들러리를 서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이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낸 인천에어네트워크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결과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인천공항 개항때부터 제1여객터미널 매표 대행 사업을 해온 인천에어네트워크는 올해 2월 말 임대가 종료돼 더 이상 매표대행이 불가능해 지자 인천공항을 상대로 계약종료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10일 돌연 취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이 기존 사업자에게 제1·2여객터미널 통합 매표권을 주고 소송 취하란 이득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대해 인천공항 관계자는 "여객자동차터미널 면허를 받은 뒤 버스 사업자에게 통합매표, 지정좌석제 도입을 요구했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아 제2여객터미널이 오픈하기 전까지 새로운 사업자를 뽑는 방식을 추진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버스 사업자가 우리의 요구를 받겠다고 입장을 바꿔 제2여객터미널 개장까지 매표권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가칭 인천공항서비스주식회사 설립을 인천공항이 동의했다
전국공항버스운송사업자협회측도 '거래 설'에 대해 "자동차운송사업자 터미널까지 하겠다는 인천공항이 어느정도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결과이지 딜(거래)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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