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학원가 곳곳엔 현수막이 나붙습니다.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는 건데요.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높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정호 기자입니다.
【 기자 】
경기도 안양의 대규모 학원가.
한 학원 건물 외벽 한 층 전체를 현수막이 길게 메우고 있습니다.
현수막 양쪽에는 서울대에 붙은 학원생 2명의 이름과 사진이 선명합니다.
서울 은평구의 또 다른 학원 외벽에는 인물 사진이 깨알같이 인쇄된 대형 현수막이 보입니다.
2000년부터 특목고에 합격한 이 학원 출신 학생 1,000여 명을 모아 놨습니다.
이런 현수막의 특징은 이른바 '알 만한 학교'에 들어가야 이름이 올라가고, 특히 현수막앞자리는 '명문 학교' 입학생이 차지한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중학생
- "부러워요. 그런 사람들처럼 좋은 학교 가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과 지난해, 이런 현수막이 학벌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며 시도 교육감들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결정했습니다.
서울에선 조례까지 제정되며 전통적인 학원가인 목동과 대치동에서는 현수막이 줄었지만, 서울 외곽과 지방에선 관행이 여전한 겁니다.
▶ 인터뷰 : 송화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팀장
- "(학생의) 개인정보 동의 여부를 떠나서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대학서열화 광고를 하는 것만으로도 금지돼야…."
학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양면적인 태도 속에 학원가의 장삿속이 맞물리면서 '합격 현수막'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