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61·구속기소)가 자신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혐의(직권남용·강요) 등 재판에서 "재단에서 저나 박근혜 대통령이 사익을 취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15차 공판에서 최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온 기존 입장대로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56·불구속기소)에게 "미르재단에서 아프리카 체육사업, 에콜페랑디 사업 등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했는데 사익 추구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직접 묻기도 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씨가 차은택 씨(48·구속기소) 등과 함께 2015년 10월께 세운 광고사다. 신생업체인데도 미르재단과 각종 용역계약을 맺는가 하면, 대통령 해외순방 행사 기획, 현대차·KT 등 대기업 광고 일감을 수주했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안 전 수석과 공모해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씨는 이날 "차씨 라인이 플레이그라운드의 재무·회계를 담당해 내부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전 모 플레이그라운드 이사(41)는 "임원들이 최씨를 회사의 실질적 회장님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지시 사항에 이견 없이 따랐고 업무 보고를 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한편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씨를 삼성그룹으로부터 두 재단 출연금을 비롯해 총 433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추가기소한 사건을 기존 사건에 병합하지 않고 당분간 따로 심리하기로 했다. 안 전 수석이 김영재 원장(56) 부부에게서 4900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뇌물 혐의 사건은 병합해서 심리한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에 "삼성 관련 재단 출연금 강요 혐의를 어떻게 처리할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안 전 수석이 특검이 기소한 삼성 뇌물 혐의나 하나은행 인사 개입 혐의에서는 공범으로 적시되지 않거나 적시됐는데도 추가기소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검찰은 특검이 인계한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대로 공소장 변경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날과 7일 각각 증인으로 채택됐던 고영태 씨(41) 측근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37)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아 신문이 연기됐다. 재판부는 "연락을 피하고 있는 것 같다"며 "
류씨 등은 최씨 지시를 받아 일했던 인물로,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에서 고씨와 함께 재단 장악과 이권 개입 등을 모의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앞서 헌재와 법원의 증인 소환에 불응한 채 잠적한 상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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