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65) 탄핵심판에 대한 결론이 이르면 이번주에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22일 첫 준비절차에서 13가지였던 탄핵소추 사유를 5가지로 추렸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이 5가지 쟁점을 놓고 볼때 '과연 현직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헌정질서를 중대하게 손상 또는 파괴했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 신임 저버렸나
전문가들은 최순실씨(61·구속기소) 등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 박 대통령 탄핵여부를 결정할 핵심 쟁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쟁점은 헌법 제1조 국민주권주의를 비롯해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대통령의 헌법 수호·준수 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등 헌법 조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박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위임받은 권력을 민간인이 휘두르도록 방치했다는 게 입증되면 이들 조항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정농단 파문은 이번 사태를 키운 직접적인 발단이기도 하다. 헌재 증거조사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58·사법연수원 14기)은 첫 준비기일부터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게 언제인지, 최씨로부터 어디까지 도움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답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재판관들 역시 문건 유출이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에 따른 것인지, 인사발표안을 검증하기도 전 최씨 '승낙'을 받은 게 맞는지 등을 연이어 질문했다.
재판부가 이처럼 증인 신문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단지 참고한 것인지, 국정 개입을 적극적·능동적으로 허용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가 정호성 전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의 녹음파일 등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국정농단과 권한남용 쟁점 위주로 살펴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나머지 쟁점은 현 단계에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이를 근거로 탄핵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하기는 무리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나
이번 탄핵심리에서 증거조사가 가장 집중적으로 이뤄진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이 바로 대통령의 권한남용 여부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기업에 강요했다는 의혹(강요죄·형법 제324조),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차관 등을 최씨가 원하는 사람으로 임명했다는 의혹(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이 모두 여기에 관련돼 있다.
헌재가 검찰 수사기록 5만3000여쪽을 증거로 채택하고,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을 두 차례나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것도 대통령 권한남용 여부를 확인하려는 절차로 보여진다. 재단출연 기업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사실조회를 요청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재판부가 증거 조사를 통해 '청와대가 재단 설립,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결론에 내릴 수 있다면 박 대통령 파면의 근거될수 있다. 재판관들이 재단 이사회의 역할을 캐묻고 박 대통령 지시를 전달받은 안 전 수석의 '위증' 등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가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쟁점은 기업 재단 출연과 관련된 대통령 권한남용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나머지 탄핵 사유들은 입증이 부족해 보이지만 처음부터 재단을 최씨 사익을 챙겨주려는 의도로 설립했다는 게 입증된다면 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언론 대응 문제였나
국회는 탄핵소추 사유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국가의 생명권 보호의무(헌법 제10조)와 성실의무(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저버렸다는 점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법조계는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 탄핵 근거가 되기엔 입증수준이 부족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입증책임이 국회 소추위원단에 있어 대통령 측에 더 이상 소명을 강제할 수도 없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 많지 않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넘어 법률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를 탄압했다는 의혹(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도 증거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쟁점이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이를 중요하게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뇌물죄 등 형법 위반했나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삼성그룹에서 소위 '대가성' 있는 뇌물(형법 제129조 1항과 제 130조)을 받았는지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주요 쟁점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뇌물죄 입증에 반드시 필요한 박영수 특별검사(65·10기)의 수사기록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미 지난 6일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만큼 특검 수사결과가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뇌물죄 여부가 헌재 안팎에서도 계속 거론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중대한 법 위반'의 예로 뇌물수수를 명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측은 "재판부가 판단에 참작할 수 있다"며 특검 수사결과 발표문을 헌재에 참고자료로 냈다. 반면 대통령측은 "탄핵심판 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 서면을 제출했다.
변론이 끝난 뒤 뒤늦게 제출된 참고자료를 살펴볼지 여부는 재판부 재량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박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헌재가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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