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보를 만든후엔 여름 홍수때 논·밭 안 잠기고 집에 물도 안 들어와 살만해 졌는데 보가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지난 24일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외평리. 이포보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은영슈퍼에서 생수 한통을 사며 4대강 얘기를 꺼내자 주인 이근돌씨(70)가 대뜸 되물었다. 이 곳서 평생을 살았다는 이씨는 "환경파괴다 뭐다 말이 많지만 연례행사였던 범람이 보를 짓고 나선 싹 없어졌다"며 "예전엔 '자고 일어나면 메기가 안방에 들어와 있더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외평리 주민들은 가슴높이까지 집안에 물이 차 오르곤 했던 홍수가 4대강 사업뒤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만족해했다. 다른 마을주민은 "아래쪽 지방엔 보 개방해서 가뭄 걱정된다 하는데 여기엔 혹시 여름에 비 많이 올 때 상류 수문을 개방하면 하류쪽에 오히려 홍수날까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가 혜택받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포보 주변에서 가족과 막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씨(51)는 "이포보 건설 뒤 주말에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지역민들이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된 효과는 인정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 감사와 6개 보 상시 개방 방침을 밝힌 가운데 녹조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한강 상류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환경파괴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보 건설 이후 매년 여름철만 되면 반복됐던 홍수피해가 사라지고 관광객도 늘었다는 것이다. 이포보를 포함한 여주·강천 지역 3개 보는 지난 22일 정부가 밝힌 1차 개방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한강 유역 보들도 개방과 장기적으론 철거까지 검토해야 한다며 주장한다. 여주환경운동연합은 "남한강 상류 이포보와 강천보 구역에서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발견됐다"며 "4대강 보가 여울을 막아 각종 부유물이 쌓이면서 펄이 생기고 썩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한강유역 수질오염 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환경부가 2015·2016년 6~10월(총 44주) 4대강 16개 보에서 총 44회에 걸쳐 측정한 수질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강 3개보 유역에서 4급수가 측정된 비율은 29.5~47.7%로 전체평균 74.6%에 비해 크게 낮다. 녹조현상도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지난 2013~2016년 한강 3개보에서 녹조현상의 원인인 유해남조류를 측정한 결과 ㎖당 0~21세포 수준으로 미미했다. 낙동강·금강 일대의 ㎖ 58~3만세포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는 "한강은 기본적으로 유속이 빠르고 금강처럼 청주 대전 등 대도시 하수가 유입되지 않는다"며 "깨끗한 물은 조금 고여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강준설로 홍수피해가 줄었다는 것은 맞다"며 "한강은 기본적으로 상수원 보호구역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로 하폐수 처리장이 완벽하게 조성돼 수질걱정은 별로 없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여주시 일대 주민들은 최근 '동양 하루살이'라 불리는 벌레 급증을 4대강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포보 주변 역시 4대강 사업 전에는 없었던 대형 하루살이 때가 매년 출몰하고
[여주 = 박재영 기자 / 서울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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