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충남 보령 한국중부발전 석탄화력발전소.
정부 미세먼지 감축 방침에 따라 6월 1일 자정부터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되는 보령 1·2호 화력발전기 굴뚝에서 희미한 연기가 흘러나온다.
발전소 밖의 적막한 분위기와 달리 직원들은 이른 오전부터 1·2호에 투입될 유연탄 양을 조절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대량의 연료를 잡아먹는 화력 발전기는 스위치를 누른다고 단번에 보일러가 꺼지지 않고, 사전에 화력을 조절해야 셧다운도 가능해진다.
전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가동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발전 8기를 6월 한달간 셧다운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힌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미세먼지 감축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데 따른 것이다.
이날 보령 1·2호기를 비롯해 서천 1·2호(충남), 삼천포 1·2호(경남 고성), 영동 1·2호(강원 강릉) 등 8기가 일제히 가동을 중단했다. 내년부터는 셧다운 기간이 3~6월로 늘어난다.
중부발전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이니 따를 수 밖에 없다"며 "한달간 발전소 반경 12km 이내 8개 측정소를 통해 미세먼지 감축 효과 정밀 분석에 나설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보령 1·2호기 셧다운을 대형 석탄화력 '헤게모니'가 지는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보령 1·2호는 1983~1984년 준공돼 국내 최초 500MW(메가와트)급 석탄화력 시대를 열어 젖힌 발전기다. 이후 34년여간 500MW 발전기는 국내 석탄화력 표준 모델로 자리잡으며 대형 화력발전 상징이 됐다.
한 발전소 관계자는 "과거 경제 개발을 위해 값싼 전기가 필요했던 대형 화력발전 시대에서 친환경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남동발전 경남 고성 삼천포발전소 현장도 분주한 하루를 맞았다. 고성에는 노후 화력발전 중 규모가 가장 큰 삼천포 1·2호기(총 1120MW)가 있다. 대형 원전 1기(1000MW)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삼천포발전소 중앙제어실은 노후 발전기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작업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전력거래소에서 발전정지 지시가 내려오자 1분에 3MW씩 출력을 줄여 자정을 기점으로 전력 생산이 '0'가 됐다. 류성대 삼천포발전본부장은 "전력 비상 상황에 대비해 삼천포 1·2호기를 언제든지 긴급 가동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며 "노후 발전소가 셧다운돼도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정비 일정도 조정한다"고 말했다.
노후 화력 8기가 일제히 중단돼도 전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노후 화력발전 설비 용량이 2845MW로 국내 전체 용량의 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6월 한달간 전력 당국은 발전소 인근과 수도권 대기 측정기를 동원해 셧다운이 미세먼지 감축에 얼만큼 효과를 미치는지 분석에 나선다. 이 자료는 앞으로 미세먼지 기여도를 평가하는 정부의 기초 자료가 된다. 일단 한국전력은 한달간 셧다운만으로도 오염물질 5200t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석탄화력 오염물질 총 배출량(17만4000t)의 2.9%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전 관계자는 "향후 5년간 발전소 환경설비 강화 등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셧다운 된 노후 화력발전기는 빠르면 오는 7월부터 순차 폐기된다. 산업부는 화력발전 중 일부(서천 1·2호, 영동 1호)는 7월 중 없애고, 나머지는 2020년~202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기에 나서기로 했다.
[보령 = 강영운 기자 / 서울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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