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소중한 분들이죠. 때문에 분야는 달라도 서로 이해하고 또 친하게 지낼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잊을 만하면 서로 아귀다툼,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까요. 스포츠 경기로 치면 지금까지 3라운드가 펼쳐졌는데, 한 번 볼까요.
1라운드는 '의사 대 약사'였습니다.
병원 안에 있는 약국을 밖으로 내보내면 병원 경영이 악화된다는 의사, 의사처방전 없이 약을 제조하지 못하게 된 약사.
의약분업을 두고 무려 7년간, 말 그대로 전쟁이 펼쳐졌습니다.
2라운드 출전 선수는 '한의사와 약사'였죠.
약사의 한약 조제권을 놓고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한 건데, 약국과 한의원의 폐업에 이어 시위에 참가한 한의대생들의 유급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3라운드, 이번엔 특이하게도 수의사가 링에 올랐습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될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법.
지금까지는 주인이 약국에 가서 약을 사 반려동물에게 직접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앞으론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무자격자의 주사행위는 당연히 불법이라는 수의사, 이미 서구 여러 나라에서 허용하고 있는 동물 자가 진료를 반대하는 건 동물보호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거라는 약사. 이들은 서로 폐업을 예고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앞선 두 차례 싸움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사람은 그나마 아프단 말이라도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약사와 수의사의 논쟁은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하는 반려동물들이 피해를 보게 되죠.
법 시행을 불과 사흘 앞둔 지금까지 단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그들의 전쟁, 볼모는 반려동물과 그들을 돌보는 천만 가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