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에서 월세를 반값만 내고 살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검찰 간부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최근 경찰이 일부 중요사건에서 신청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검찰에 의해 반려되거나 경찰 간부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경찰 역시 '맞불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서로 기싸움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2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수도권 지역 지청장 출신인 A씨가 서울 도심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살면서 '반값 월세'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서울 용산구 역세권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입주한 이후 월세 200만원 만으로 거주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특혜 의혹이 일어난 바 있다. 이 아파트의 동일 평수 시세는 월 400~500만원 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월세 거주를 하는 과정에서 검사 직위를 이용해 부당행위를 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앞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 필요시 영장 신청을 하는 등 적극 수사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고, 이에 이 청장은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형식적으론 김 의원의 수사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검찰이 경찰의 중요 사건 수사에 잇달아 제동을 건 상황이어서 다른 배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최호식(63)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반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운전사 상대 '갑질' 논란 당사자인 제약회사 종근당 이장한(65) 회장의 구속영장도 돌려보냈다. 지난달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참사를 낸 광역버스 업체 오산교통 경영진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도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또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김창진)는 사건 피의자에게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00여만원을 받아 챙기고 동료경찰관에게 청탁한 혐의(알선뇌물수수)로 경찰청 수사부서 팀장으로 재직했던 박 모 경감(52)을 지난 21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연규욱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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