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뉴욕 도심 곳곳에 있을 수 있었던 이런 역 이름들은 다행히 아직은 없습니다. 주요 공공시설 명칭을 기업에 팔아 재정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뉴욕 시민들이 13년째 허락을 하지 않고 있거든요.
우리 서울은 어떨까요?
SC제일은행 종각역·신림 양지병원역·마곡 홈앤쇼핑역.
생소하면서도 좀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이름들은 서울 주요 역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달까지 32곳에서 말이죠.
이렇게 공공건물이나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같은 명칭에 돈을 받고 기업 이름을 사용하게 하는 걸 '명명권 비즈니스'라고 합니다. 주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데, 미국이나 일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죠.
우리도 이미 2008년부터 부산시가 지하철역 이름을 판매해 연 6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2009년부터 코레일도 경기지역 철도역에 대학 이름을 표기해 연 12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이번 입찰을 통해 역당 2억 원, 총 65억 원의 수익을 거뒀죠.
지자체는 불어나는 적자를 메우고, 기업은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으니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그럼 이걸 이용하는 시민들은 어떨까요?
서울시는 3년에 한 번, 지하철역 이름을 공개 입찰합니다. 이건 3년마다 지하철역 이름이 바뀔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세금은 세금대로, 요금은 요금대로 꼬박꼬박 내는 시민들은 혜택은 커녕 혼란이 가중될 겁니다.
공공시설물은 시민이 낸 세금으로, 시민을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꼭 필요하다면 행정과 기업이 아닌 시민에게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600년 역사의 서울시가 모 기업 시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