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35 ·구속)의 아내 최모(32)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영학의 계부가 강원 영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이 3차례나 경찰의 구속신청을 반려한 후 수사가 계속되는 사이 심적부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영학이 살해한 여중생 실종 신고 당시 경찰이 "출동하겠다"며 보고한 뒤 출동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초동 대처 부실이 실종 여중생 사망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고 관련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검찰까지 성폭행 용의자 신병확보를 미루는 사이 자살로 이어지는 등 수사당국의 총체적 무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25일 오후 1시 30분께 이영학의 계부 배모(59)씨가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자택 비닐하우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아내 김모(57)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영학의 아내 최모 씨는 지난달 1일 "2009년 3월 초부터 지난 9월 초까지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데 이어 지난달 5일 2차 신고 후 하루만인 지난달 6일 서울 자택에서 투신해 숨졌다.
경찰은 고소장을 토대로 지난달 1일과 5일 배씨를 소환한데 이어 지난 14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벌였다. 또 최씨에게서 채취한 DNA가 배씨와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도 확보했다. 배씨는 그간 "며느리가 유혹해 성관계를 맺었다"며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은 부인해 왔다.
경찰은 경찰 조사에 심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영학은 딸 친구인 A양을 살해 유기한 뒤 돌아오는 길에서 찍은 동영상에서 "모든 게 그 XX때문(계부를 지칭)"이라며 계부를 탓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소인인 최 씨와 성폭행 혐의를 받던 배 씨가 모두 사망함에 따라 이영학 아내의 성폭행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처리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된 셈이다. 해당 사건을 지휘했던 검찰이 3차례나 영장을 반려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성관계는 입증됐으나 협박을 통한 성폭행 증거로는 보기 어렵다"며 체포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이 '여중생 실종신고 사건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 당국의 총체적인 무능도 또다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오후 23시 20분 최초 A양 부모의 신고를 접수한 112 종합상황실에서 '코드1'을 발령하고 현장 출동 지시를 내렸지만 담당 경찰관(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순경)은 "현장 출동하겠다"고 보고한 뒤 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수사 업무체계 개선 계획'에 따르면 실종아동 등이 범죄 또는 사고와 관련된다고 의심될 경우 관할서 여성청소년과 직원이 지역경찰과 병행해 출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관할서 순경의 명백한 허위 보고에 여중생을 살릴 골든타임이 지나간 셈이다.
같은 날 '코드1'이 발령된 또 다른 3건의 실종 사건에서도 중랑경찰서는 현장 출동을 외면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중 지난 1일 오전 0시 53분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50대 김 모씨는 경찰의 느슨한 대처 이후 같은날 오후 서울 천호대교 남단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실까지 뒤늦게 확인됐다. 감찰 결과 망우지구대 순찰팀장과 사건담당자 2명 역시 실종아동 신고 접수 이후 신고자를 상대로 실종아동의 행적에 대해 제대로 묻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감찰 결과를 토대로 의무 위반 사실이 밝혀진 중랑경찰서장과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 상황관리관 등 경정급 이상 3명의 조사 결과를 경찰청에 보고했다. 나머지 중랑서
한편 이날 중랑경찰서는 지난 12일 한 차례 구속영장 기각 이후 그동안 불구속 상태로 수사해왔던 이영학의 딸 이모양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 했다.
[영월 = 이상헌 기자 / 서울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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