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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취업학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28일 예정된 한국전력공사 직무능력검사를 대비하기 위한 실전모의고사에 응시하고 있다. [사진 = 양연호 기자] |
이달 중순부터 주요 대기업·공기업의 하반기 공채가 본격화한 가운데 매 주말마다 이어지는 인·적성검사 준비에 취준생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직무중심 채용이 확대되면서 인·적성검사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수능시험'을 치른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취준생의 수능'으로 불리는 인·적성평가는 지원자의 성격 유형 및 조직 적응력을 진단하는 인성평가와 지원자의 직무적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적성평가를 합친 말이다. 삼성이 1995년 SSAT(현 GSAT)를 도입한 이후 많은 기업이 자사 특성과 문화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해 도입했다.
이날 기자도 응시한 모의시험은 문제해결능력·수리능력·의사소통능력·자원관리능력 등 4개 분야에 걸쳐 총 55개의 문항으로 구성됐다. 직접 문제를 풀어보니 가장 큰 관건은 시간이었다. 60분이 주어졌지만 문항 하나가 무려 두 페이지에 걸쳐 출제된 경우도 있었다. 시간 관리에 진땀을 뺀 기자는 결국 마지막 10여개 문항에서 '찍기' 신공을 발휘해야만 했다. 앞서 22일 치러진 CJ 그룹 종합적성검사의 경우 지원자들은 55분 안에 95문항을 풀어야 했다. 한 문제 당 34초 만에 기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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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KG아이티뱅크 내일취업코칭스쿨이 지난 22일 삼성그룹 채용 인적성검사(GSAT)에 응시한 취업준비생 3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제 해결에 대한 시간 부족(77%, 293명)'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으며 합격을 위한 공부 방법을 묻는 설문에는 응답자 중 63%(240명)가 '취업 학원 수강'이라고 답했다. 이날 모의시험에 응시한 이들도 대부분이 자리에 남아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문제풀이 특강을 수강했다.
과연 인·적성검사가 직무적성을 평가하는 데 적절한 방식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취업반수' 중인 직장인 송 모씨(30)는 "나 역시 대기업에 입사할 때 인·적성검사를 합격했지만 실제 업무와 큰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적성검사 효용성은 신입사원 4명 중 1명은 1년 내 퇴사하는 현실에 비춰봐도 의문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재직기간 1년 이하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27.7%에 달했다. 특히 신입사원 조기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조직·직무적응 실패'(49.1%)로 조사됐다. 반면, 대기업 S사 인사팀 관계자는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업무를 더 잘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골라내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적성검사가 지원자들을 단순 줄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업준비생들이 각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기 위해 인성검사에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직무적성 측정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주요 대기업·공기업 인·적성시험 일정
<10월>
28일(토)/넷마블게임즈, 금융결제원, 하나은행, 한국전력공사
29일(일)/농·축협, SK그룹
<11월>
4일(토)/공항철도
11일(토)/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18일(토)/한국수력원자력, 도로교통공단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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