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에 남은 쪽지문으로 14년째 장기 미제 원주 다방 여주인 피살사건 범인 드러나

14년째 장기 미제로 남은 ‘원주 다방 여주인 피살사건’의 범인이 당시 물컵에 남아있던 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 지문)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범인은 14년 전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법정에는 세울 수 없게 됐다.
강원지방경찰청 미제사건범죄수사대는 50대 다방 여주인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A(당시 40세)씨를 특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사건은 14년 전인 2003년 11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4시께 원주의 한 다방 여주인 이모(당시 57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져있는 것을 지인 황모(당시 54세·여)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숨진 이씨의 목과 가슴, 옆구리 등에서 10여곳의 자상이 발견됐다.
다방 테이블에 놓여 있던 물컵에서 ‘측면 쪽지문’이 남아 있었지만 뚜렷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다방 내부와 주변 도로에 CCTV도 없어 결국 14년째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경찰은 지난 9월 21일 쪽지문과 범행에 쓰인 흉기 등 증거물을 재감정 의뢰했고, 같은 달 28일 ‘현장 쪽지문이 A씨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경찰청의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당시 다방 종업원과 관련자 등을 통해 숨진 이씨가 가끔 다방을 찾은 A씨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이 묻은 족적과 출입문 손잡이, 계단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 등은 A씨가 이씨를 살해 뒤 도주한 흔적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A씨가 다방에 여러차례 손님으로 오갔지만 좋지 않은 대우를 받자 앙심을 품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이씨를 살해한 뒤 도주한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그러나 A씨는 범행 다음 날인 11월 17일 충북 청주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피의자 사망으로 공소권은 없어졌지만 14년 만에 피의자를 특정하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