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소비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처리하기 어려운 커피 찌꺼기도 많아진다. 국내에서만 연간 27만 t에 달하는 커피 찌꺼기가 발생하지만, 동물 사료로 쓸 수 없어 생활 쓰레기로 분류,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각종 '업사이클'사례가 잇따라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 커피 찌꺼기로 샌들 만든 한국 대학생들
경성대 잡학다식팀(김영현·김태영·강수진)은 커피 찌꺼기와 의류폐기물을 활용해 샌들과 슬리퍼를 만들어 지난달 열린 '2017 장영실 발명·창업대전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잡학다식팀 대표인 김영현 씨(26)는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버켄스탁 샌들'의 밑창을 보며 커피 찌꺼기 신발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버켄스탁 밑창은 톱밥인데, 커피 찌꺼기도 이같이 압축해 샌들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흩날리는 커피찌꺼기를 신발로 만들기 위해서 압착 기술이 필요하다. 그는 "커피 찌꺼기를 열 압착해 유분을 제거한 뒤 폐의류를 덧대어 만들면 샌들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제품 출시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씨는 "물에 닿으면 냄새가 나는 커피 찌꺼기 특성상 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며 "화학적인 실험이 필요했는데, 추가적인 투자를 받지 못해 관련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하지만 환경과 공생하는 삶을 위해 발명은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쓸모없다고 취급되는 것에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관련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영국의 2층 버스는 커피 찌꺼기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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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열린 2017 장영실 발명 창업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경성대 잡학다식팀 [사진 제공 = 호서대학교 창업지원팀] |
BBC 등 현지 외신은 20일 (현지시간)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만들어진 친환경 바이오디젤이 런던 2층 버스의 연료로 사용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연료를 개발한 스타트업 바이오빈은 영국 내 매장으로부터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바이오빈 공장에서 압착하고 기름을 추출했다. 해당 기름은 디젤과 혼합돼 바이오디젤로 만들어져 차량 연료로 업사이클돼 영국 내에서 시범사업 중에 있다.
바이오빈 창업자 아서 케이는 로스팅 기계를 개발하다 커피 찌꺼기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해당 연료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넌 종이컵? 난 커피 찌꺼기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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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킥스타터 공식 사이트 캡쳐] |
호주 시드니의 허스키(Huskee)라는 팀이 만든 이 상품은 원두 열매의 물렁한 겉껍질 안에 있는 딱딱한 껍질인 허스크(Husk)를 사용해 제작했다. 단단한 특성을 살려 만들어진 덕분에 해당 컵은 열이나 갈라짐 등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양호하다. 커피 찌꺼기 종이컵에 모인 펀딩 금액은 22일 오전 10시 기준(한국시간) 약 11만 달러로, 총 1023명이
허스키팀 측은 재료에서 착안해 제품에 허스키(Huskee)라고 이름 붙였다고 밝혔다. 이어 "커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백만 톤의 쓰레기로 이 컵을 만들었다"며 "우리의 꿈은 카페와 집에서 해당 컵의 사용이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엄하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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