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가 18년째 전북 전주시 노송동을 찾았다.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거액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28일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6분께 중년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사무소 뒤로 가면 돼지저금통이 놓여 있어요." 이 말만하고 전화가 끊겼다. 직원들은 곧바로 중년남자가 언급한 장소인 천사공원으로 가보니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있는 종이상자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가득 든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돈을 세어보니 6027만9210원에 달했다.
상자 안에서 발견된 A4용지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얼굴없는 천사'가 18년동안 기부한 금액은 5억5813만8710원이다. 전주시는 이 성금을 전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매년 지속되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
전주시도 선행을 기리기 위해 '얼굴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쓴 표지석을 지난 2010년 세웠다.
[전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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