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장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주최로 열린 '이주여성들의 미투(Me Too)' 사례 발표회를 통해서입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공존'이란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레티마이투 씨는 A씨의 사례와 함께 형부에게 성추행당한 사례, 남편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는 사례 등을 소개하며 "한국 국적을 얻기 전에는 남편의 동의 없이 체류 기간 연장을 받을 수 없고 혼자 아이들을 키우기도 힘들어 성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필리핀 출신의 이주여성 통역사 오혜진 씨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신부 여동생이 형부 될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으나 1심 법원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면서 "법률 지식이 없고 한국어도 제대로 못 하는 외국인 여성이 피해 증거를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2심에서는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B씨의 사례를 소개한 캄보디아공동체의 캇소파니 씨는 "사업장 기숙사의 남녀 구분이 돼 있지 않아 이주남성 노동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거나 숙소의 잠금장치가 없어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사례 등이 많다"면서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이탈하면 미등록(불법체류) 신분이 되는 고용허가제 규정이 피해자를 더욱 괴롭히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의 니감시리 스리준 씨는 "마사지업소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이 고통을 호소하면 주변에서 '그것도 모르고 취직했느냐'라고 비난하는 2차 피해에 시달린다"고 폭로했고,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동애화 씨는 "D씨가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 한국에 대한 나쁜 기억만 남아 있을 것"이라며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이주여성 5명의 발표가 끝난 뒤 이주여성 자조모임 톡투미(Talk to Me)의 이레샤 대표, 신영숙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회장,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이주여성 미투 참가자 일동' 명의로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와 의료 지원 ▲피해 이주여성 체류 보장 ▲성폭력 피해 신고 즉시 사업장 변경 ▲기숙사 기준 마련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화 ▲선주민 배우자 인권 교육 등 요구 사항을 낭독했습니다.
이어 발표자와 관련 단체 대표자 등은 손팻말을 들고 '미투'와 '위드 유'(With You, 당신과 함께)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이날도 정작 피해 당사자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내외에서 미투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들은 당당히 얼굴을 드
사회를 맡은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도 "상담자들에게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 사례 접수는 일상에 가깝지만 아직도 신분 노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면서 "피해 당사자에 대한 직접 취재는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보도진에게 당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