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5도를 넘나드는 불볕 더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각종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6일 새벽 0시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한 아파트에서는 1시간 20분 가량 전기 공급이 중단 돼 주민 200여 세대가 큰 불편을 겪었다. 전날 밤 9시께는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정전이 나 900여 세대에 1시간 가량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부산에서도 지난 15일 오후 9시 30분께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 전기 공급이 끊겨 850세대 주민들이 다음날 오전 3시까지 5시간 넘게 찜통 더위에 시달렸다.
이날 부산 낮 최고기온은 30.6도를 기록했고 밤 늦게까지 고온이 유지됐다. 한국전력은 "아파트 자체 전력 차단기가 고장 나 관리사무소 측에서 수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강원도 홍천에서도 한 주택가 변압기 주변에서 불이 나 15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아파트 2개동 800여세대에 45분간 전기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전력공급을 분류하는 개폐기가 과열돼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찜통더위로 유명한 대구에서도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15일 오후 5시께 북구 서변동 한 공터에 주차된 화물차량에서는 적재함에 실린 스테인리스가 태양열을 모아 바닥 합판으로 전달돼 불이 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4일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는 지하 2층에 있는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해 매장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일도 발생했다. 이 스프링클러는 70도가 넘으면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무더위로 배관 내부 열이 높아져 스프링클러 센서가 작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에서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한 지난 10일 이후 지금까지 온열 환자 10명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지난 12일 오후 7시께 김해시 생림면에서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이 열사병으로 숨졌고 지난 14일 밤 8시께 청주시 북이면 한 공사 현장에서도 60대 용접공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창원 귀산동에서는 배 위에서 기름방제 작업을 하던 70대 남성이 탈진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신고된 온열 환자는 180명으로 일주일새 3.5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 주 토요일 하루 동안에만 35명의 환자가 나왔다. 전체 환자의 80%가 남성이고 4명 중 1명은 65살 고령층이었다. 직업별로는 야외 활동이 많은 농어업 종사자가 전체 환자의 13%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야외 활동시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어지러움이나 두통이 나타나면 그늘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에서는 폭염 탓에 가축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 여름 도내에서 폭염 탓에 폐사한 가축은 현재 52 농가, 7만4190마리에 달한다.
이는 손해보험에 접수된 폐사량을 집계한 것으로 아직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3만9000여 마리였던 것이 주말을 지나고 나서는 3만5000 마리가 더 늘었다. 가축 종류별로 닭 6만8000 마리, 오리 6000 마리 등이다.
닭·오리 주산지인 나주에서 1만8천여 마리가 폐사했고 곡성(1만3000 마리), 영암(1만1000 마리), 해남(9000 마리)
전남도 관계자는 "특히 온도 상승에 민감한 돼지, 닭은 축사에서 정전이 발생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비상 전력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무엇보다 사람의 건강이 중요한 만큼 고령자는 가급적 축사 작업을 지양하고 특히 대낮에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 홍천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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