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박기서 씨가 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처단할 때 사용한 이른바 '정의봉'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오늘(24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찾은 박 씨는 "이걸 종이에 말아서 허리춤에 이렇게 넣고 갔다. 들키지 않으려고"라며 정의봉에 대해 회상했습니다.
박 씨는 종이에 감싼 정의봉을 허리춤에 감추는 모습을 직접 재연해 보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박물관 측은 기증식을 열고 감사장을 전했습니다. 박 씨는 박물관에서 전달한 감사장을 손에 쥔 채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습니다.
박 씨가 가져온 40㎝ 길이의 정의봉은 종이에 감싸져 있었습니다. 겉을 둘러싼 흰 종이를 벗겨내자 이번에는 더 낡은 종이가 정의봉을 덮고 있었는데, 이 종이에는 검은 붓글씨로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라는 한자가 검은 붓글씨로 적혔습니다.
이는 '이로운 것을 보았을 때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당했을 때는 목숨을 바쳐라'는 뜻입니다.
박 씨는 이에 대해 "안중근 의사의 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안중근 의사를 가장 존경해왔다고 합니다. 이에 어렸을 때부터 배운 솜씨로 직접 글씨를 써넣었고, 이 종의로 정의봉을 감싸 안두희를 찾아갔다고 했습니다.
이 종이 한쪽에는 작은 글씨로 '증4호'라는 글씨도 새겨져 있습니다. 박 씨가 안두희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 받을 때 검찰이 쓴 글씨입니다.
홍두깨 모양의 정의봉에는 한글로 '정의봉'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희미하지만 안두희의 혈흔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습니다.
안두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1년이 채 되지 않은 1949년 6월 26일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자리인 서울 서대문 경교장에서 권총을 쏴 김구 선생을 살해했습니다. 이 일로 안두희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1951년 2월에 특사
이후 백범의 암살범으로 손가락질을 받던 안두희는 1996년 10월 23일 인천 중구 신흥동 자택에서 박 씨가 휘두른 정의봉에 맞아 숨졌습니다.
박 씨는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자수하고 "백범 선생을 존경했기에 안두희를 죽였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당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