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전산시스템 오류를 노려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컴퓨터 사용 사기) 혐의로 A씨(28)를 구속하고 B씨(34)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토큰을 거래한 후에도 계정 지갑에 기존 토큰이 그대로 남아있는 전산시스템 상 오류를 악용해 총 813회에 걸쳐 22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인 이들은 국내 한 토큰 발행사가 발행한 토큰을 올해 1월 1개당 8원에 구입하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꾸준히 정보를 공유해왔다.
그러던 중 B씨는 지난 5월 홍콩 거래소의 전산시스템 상 오류를 발견했다. 원칙적으로 토큰은 상장 후 3개월 간 판매가 금지된다. 그러나 당시 거래 금지 기간이었음에도 토큰 거래가 가능하고 이미 거래를 했음에도 기존 계정 지갑 토큰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 거래라면 홍콩 거래소에 토큰을 보낸 만큼 기존 계정 지갑 토큰은 줄어들어야 하는데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B씨를 통해 전산시스템 오류를 알게 된 A씨는 가족, 지인 계정까지 끌어들여 총 186회에 걸쳐 149억원 상당의 가장 많은 부당 이득을 챙겨 구속됐다. A씨는 18억원을 현금화하고,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은닉하기도 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됐다. A씨 일당 전체가 토큰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한 금액은 48억원, 아예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나 현금화한 금액은 26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들이 상장 후 3개월 간 거래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토큰 전송 때 에러 메시지가 나왔지만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량 거래가 갑자기 발생한 걸 이상하게 여긴 국내 토큰 발행사의 신고로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했다. 토큰이 시장에 쏟아지며 토큰 발행사는 큰 손해를 입었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범죄는 사이버 상에서 실체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범행을 죄의식 없이 저지르기 쉽다"며 "금액이 클 경우 가중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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