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병에 향수 나눠팔면 불법이라고?

↑ 소분 향수는 보통 50㎖, 100㎖인 향수 한 병을 작은 공병에 나눠 담아 판매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대학생 윤희수 씨(25)는 최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소분(小分)'된 향수를 구매했다. 소분 향수는 보통 50㎖, 100㎖인 향수 한 병을 작은 공병에 나눠 담아 판매하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값비싼 향수 한 병을 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소분 향수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윤씨는 "본품보다 저렴하게 유명한 향수들을 써보고 싶어서 구매했다"며 "이렇게 소분된 향수를 몇 개 시향 해보고 맘에 드는 걸 인터넷으로 싸게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처럼 향수를 소분해서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화장품법 제16조 제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화장품의 용기에 담은 내용물을 나누어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제37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검색만으로도 쉽게 향수 소분 판매글을 찾아볼 수 있다. 시중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보편적인 브랜드의 향수부터 값비싼 고급 향수까지 소분 판매하는 향수의 종류는 다양하다. 소분 향수 판매자는 "향수를 한 번 사면 꽤 많은 양이 들어있는데 사용기한이 개봉 후 3년이기 때문에 혼자 다 쓰기 어렵다"고 판매 이유를 밝혔다. 한 판매글에 따르면 100㎖에 20만원대인 A사 향수를 소분해 5㎖에 최대 2만원까지 판매되고 있었다. 또 다른 판매글에는 50㎖에 20만원대인 B사 향수를 5㎖로 소분해 2만원에 판매했다. 소분된 향수의 시세는 대부분 1~2만원 안팎으로 본 제품에 비해선 값이 저렴했지만, 적은 용량에 비하면 가격은 비쌌다. 그러나 명품으로 잘 알려진 향수들은 판매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가 완료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향수 소분 판매를 넘어 '소분 공동구매(이하 공구)'도 포털사이트 카페를 중심으로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공구를 통해 여러 사람이 향수를 한 병을 구매한 후 이를 소분해 나눠 갖는 방식이다. 직장인 김우희 씨(26)는 "소분 구매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걸 사기 때문에 찝찝한데, 공구는 새것을 뜯어 바로 나누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매자의 피해 사례도 적지 않았다. 얼마 전 소분 향수를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황서진 씨(29)는 오래된 향수를 산 듯해 판매자에게 항의했지만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황씨는 "쓰던 향수를 다 써서 잠시 쓰려고 소분된 향수를 샀는데 냄새가 달랐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오래된 향수에서 나는 냄새였지만 오래됐다는 증거가 없어 환불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한봄 박주연 변호사는 "이미 소분돼 있는 향수를 판매만 하는 경우는 변론으로 하고, 향수를 소분해서 판매하는 것은 화장품법 위반 행위가 되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통기한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화장품법 제10조 제1항, 제38조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나 무기재 혹은 허위 기재 화장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소비자가 해당 판매매자를 사기죄로 형사 고소하거나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는 방법, 민사소송으로 배상받는 방법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