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한국체대 감사 결과 한국 빙상계의 '대부'로 불렸던 전명규 한국체대 빙상부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아이스하키 종목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의혹이 제기된 연세대는 입학전형을 부실하게 운영한 점이 확인됐다.
21일 교육부는 제5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한국체육대학 및 연세대학교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한국체대 감사는 빙상계 성폭력 의혹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한국체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 받은 제보 14건도 다뤘다. 연세대의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선발 과정은 사전 스카웃과 금품수수 등 제기된 민원을 바탕으로 집중 점검했다.
감사 결과 전 교수는 폭행사건 합의 강요를 비롯해 금품수수 등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제자 조재범 씨가 사설 강습팀 코치를 맡던 시절 실내 빙상장 라커룸에서 강습생을 폭행한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지난 1월 대학이 피해학생과 격리조치를 통보했을 때는 제3자를 통해 피해학생들과 만나 졸업 후 거취문제를 거론했다.
전 교수는 빙상부 학생이 훈련을 위해 협찬 받은 고가 자전거 2대를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또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가품으로 납품받고 해당 업체가 학교로부터 5100만원을 지급받게 한 점도 드러났다. 최근 15년 동안은 가족수당과 맞춤형 복지비 총 1252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그는 실내 빙상장과 수영장에 대해서도 정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자들이 운영하는 사설강습팀에 수년간 대관해주는 특혜도 제공했다. 해당 공간은 조 씨가 강습생들을 수차례 폭행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체대 감사에서는 다른 종목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사이클부 교수 A씨는 추석명절과 스승의 날 전후로 학부모 대표로부터 2회에 걸쳐 120만원을 받았고, 볼링부 교수 B씨는 스승의 날에 학부모로부터 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B씨는 전지훈련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학 지원금과 별도로 학생들로부터 약 5억9000만원을 현금으로 걷어 허술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스하키 종목 체육특기자 선발 과정에 비리 의혹이 제기된 연세대는 부실 평가 정황이 드러났다. 평가위원 3명 모두 서류평가에서 기준에 없는 사항(포지션)을 고려해 평가했으며, 이 중 한 명은 126명 지원자의 서류와 동영상을 약 70분 만에 평가하는 등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평가위원은 평가 마지막 날 평가시스템에 접속해 1분 동안 지원자 31명 중 특정 6명의 점수만 수정했다. 이들 모두는 최종합격했다. 다만 사전스카웃이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서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체대에 전 교수를 비롯한 교직원 3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금품수수 등 관련자 12명은 고발·수사의뢰했다"며 "확인하지 못한 제보사항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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