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감사원이 이 기준이 잘못됐다며 정부에 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1974년 전기료 누진제가 도입된 이후 아홉 차례나 개편을 했고, 마지막으로 또 손 본 게 불과 3년 전인데 여기에 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가정에서 쓰는 에어컨이 누진제 단계를 구분하는 전력 사용 항목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1단계, 200킬로와트시는 집집마다 갖고 있는 필수 가전인 냉장고, TV, 세탁기 등 9가지를 가동했을 때 예상되는 전기량입니다. 하지만 요즘 웬만한 가정엔 에어컨이 다 있지요. 3년 전 기준으로만 봐도 가구당 에어컨 보유 대수는 다른 필수 가전 보유 대수보다 많은 데 정작 항목에선 쏙 빠진 겁니다.
더 이상한 건, 에어컨처럼 여름에 주로 쓰는 선풍기와 겨울에 주로 쓰는 전기장판은 1년 내내 사용하는 필수 가전에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만일 에어컨을 포함한다면 1단계가 330킬로와트시까지 올라가게 되고, 그럼 만약 250킬로와트를 썼다면 지금의 2단계 요금이 아닌 1단계 요금 기준에 들어가 더 적은 요금을 내게 됩니다.
지금 정부는 열 번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감사원의 지적을 어떻게 반영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 이제 곧 여름입니다. 당장의 땜질 처방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서 올여름엔 국민들이 맘 편히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그 시작은 제대로 된 기준을 세우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