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인 정한근 씨를 24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씨를 소환해 '정 전 회장 사망을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 등을 물었다. 정씨가 지난 22일 송환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부친은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은 영동대학교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교비 7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2심 재판을 받다가 2007년 5월 '치료를 받겠다'며 일본으로 출국한 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정씨가 부친 송환을 막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정 전 회장이 살아있는 경우에는 2225억원대 체납 세액을 징수하고, 징역형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정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6월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이 사망했다면 형 집행은 불가능하다. 또 체납 세금은 상속되지 않아 체납 세액도 사라질 전망이다.
이날 검찰은 정씨의 신분세탁 및 해외도피 과정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 중에서 도피를 도운 자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씨가 신분을 도용한 고교 동창 A씨를 불러 은닉·도피에 관여했는지를 물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151조는 '범죄자를 은닉·도피하게 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정씨는 1998년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EAGC) 자금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 비밀계좌에 은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등)로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잠적했다. 당시 정씨가 체납한 세금은 253억원에 달
이후 검찰은 "해외도피에 의한 공소시효 정지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2008년 9월에 정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에 배당됐으나 11년간 정씨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공판이 진행되지 않았다.
[성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