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명상수련원에서 숨져 있는 50대 남자가 발견됐는데요.
한 달 넘게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상한 점은 시신에 설탕물을 먹이고, 주변에선 주사기와 한방침도 발견됐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사회부 박호근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시신이 어디서 어떻게 발견됐습니까?
【 기자 】
제주시에 있는 한 명상수련원에서 지난 15일 50대 남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남에 사는 57세 김 모 씨인데요. 김 씨는 지난 8월30일 집을 나서 문제의 명상원에 도착했습니다.
이튿날인 9월1일 집으로 가는 배편까지 예약을 해놨는데, 돌아오지 않았고 한 달 보름이 지나 시신으로 발견된 겁니다.
【 질문 2 】
그런데 시신 주변에 조금 이상한 물건들이 있었다면서요?
【 기자 】
네 김 씨는 명상원 3층의 11평 남짓한 수련실에서 발견됐는데요. 학교 교실의 절반쯤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련실 가운데 큰 모기장 안에 알몸 상태로 이불을 쓴 채 숨져 있었는데요.
그 주변에 흑설탕과 주사기, 한방침, 에탄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상원 관계자는 "원장 홍 모 씨 등이 시신을 알코올로 닦고 설탕물을 먹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질문 3 】
시신에 설탕물을 먹인 것도 이상한데, 원장은 김 씨가 죽지 않았다고 하면서 명상 중이라고 주장했다면서요?
【 기자 】
네, 숨진 김 씨의 아내가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자 이 명상원으로 찾아가 면회를 요청했는데, 명상원 측이 수련에 방해가 된다며 접촉을 막았다고 합니다.
▶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유족이) 왔을 적에 뭐 명상에 빠져 있다 그런 얘기를 해서 돌아왔다. 그런 얘기는 해요."
그래서 김 씨 가족이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이 지난 15일 이 명상원을 수색해 김 씨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이때도 명상원 원장은 "김 씨는 죽은 것이 아니다.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고 말하며 접근을 막았다고 합니다.
【 질문 4 】
얘기를 들을수록 점점 이상해지는데요. 종교적이거나 주술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 기자 】
경찰이 김 씨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이미 숨진 지 한 달 넘게 된 것으로 보였고 심한 악취를 풍겼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원장이 죽지 않았다고 한 걸 보면 뭔가 이상하긴 합니다.
그런데 경찰은 아직까지 종교적이거나 주술적인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렇지만 이 부분에 대해 관련이 있는지 계속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질문 4-1 】
혹시 추가 피해자가 있을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인데요?
【 기자 】
네, 이 명상원은 회원제로 운영되는데요. 경찰이 등록된 회원 명부를 바탕으로 혹시 피해자가 더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 씨의 시신을 발견한 날 경찰특공대와 수색견을 투입해서 명상원 건물과 인근을 수색을 했는데, 당시엔 추가 피해자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 질문 5 】
명상원 원장은 구속됐다면서요? 어떤 혐의입니까?
【 기자 】
네 제주지법이 어제(18일) 명상수련원 원장 홍 모 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발부 사유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원장은 유기치사와 사체은닉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유기치사라는 것은 의식을 잃은 김 씨를 방치해 사망하게 했다는 겁니다.
병원으로 데려가는 등 즉시 조치를 취했다면 살릴 수 있었는데 그냥 둬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입니다.
【 질문 6 】
타살혐의는 없나요?
【 기자 】
네 부검결과 시신에 별다른 외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독극물 등에 의한 타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데요.
경찰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다 열어 놓고 수사 중에 있고요. 어쨌든 위력에 의해서 어떤 사망은 아닌 것으로 일단 부검 (1차 소견)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부검 감정이 정확히 나와봐야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추정하면 김 씨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쓰러지자 명상이나 한방침 등으로 살릴 수 있다며 설탕물 등을 먹였고, 결국 숨진 뒤에도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보입니다.
경찰은 김 씨가 침을 맞은 흔적이나 신장 조직 등에 대한 국과수의 정밀 분석을 의뢰한 상황이고요.
이 결과는 한 달쯤 뒤에 나온다고 합니다.
【 앵커멘트 】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하려교 찾은 명상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니, 가족으로서는 참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빨리 자초지종이 밝혀졌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박호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