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교내에 붙이는 대자보에 대해 학교 측이 '사전 승인'을 요구하거나 일부 대자보를 철거하는 사례가 잇따라 학내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오늘(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동덕여대에서는 교수·강사진의 성차별 발언을 규탄하는 대자보와 학교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교지편집위원회의 대자보가 건물 곳곳에 게시됐습니다.
학교 측은 이달 5일 교지편집위원회와 성인권위원회 등 대자보를 붙인 단체에 '게시판이 아닌 곳에 붙어있는 대자보는 수거할 예정이니 이를 원치 않으면 대자보를 게시판으로 옮겨붙이라'고 권고했습니다.
이는 게시물 등을 부착할 때는 사전에 학생처에 자체 수거일 등을 확인받은 뒤 지정된 장소에 게시하도록 한 '게시물 부착 홍보물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입니다.
성인권위는 게시판이 좁아 대자보를 더 붙일 공간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작성자 익명 보호를 위한 대안을 물었으나 학교로부터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학교 측이 대신 수거한 교지편집위 대자보는 훼손된 상태였다고 총학생회는 설명했습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대자보가 아무 데나 붙어 있어서 공식적으로 붙일 수 있는 게시판으로 옮기기로 교지편집위와 합의했는데 옮기는 과정에서 대자보가 조금 찢어지고 구겨졌다"며 "탄압하려는 의도였다면 옮긴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사전 승인을 거쳐 대자보를 부착하도록 하는 현행 규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입니다.
총학생회는 지난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게시판에 붙어있지 않은 대자보를 일괄 수거할 예정이라는 학생지원팀의 통보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속하며, 검열에 의한 학생 자치 탄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학생지원팀 허가를 받아야만 게시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 검인 과정에서 대자보 내용과 고발자의 신상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 명백한 검열 과정"이라면서 "학내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목소리가 갇힐 수밖에 없는 절차"라고 주장했습니다.
교내 대자보 게시를 둘러싼 학교와 학생들의 갈등은 이미 여러 학교에서 불거졌습니다.
지난달에는 한국외대가 교내에 붙은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일부를 '학생 안전'을 이유로 철거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한국외대 역시 "학문적 분위기와 시설물 보호"를 이유로 현수막과 포스터 등을 부착할 때 학교 측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홍익대에서 숨진 경비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자보라는 게시판 기능을 보장하는 것은 대학사회에서 공론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학생들이 중요한 공적 이슈를 제기할 때 학교는 최대한 이를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