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불어닥친 '추풍' 뒷이야기는 대검찰청 출입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조경진 기자,
지금 검찰 분위기 어떻습니까?
뒤숭숭하다, 격앙돼 있다 이런 건 너무 뻔한 얘기겠죠?
【 답변1 】
어제 인사가 난 검사들은 월요일자로 발령이 나는건데, 사실상 내일까지 출근이죠.
그런데 예상을 했던 검사장들이 대부분이라, 이미 연말 연초에 검사장실 짐정리를 해놓은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제 다음 차례죠, 이르면 다음 주에 인사가 나게 될 부장, 차장 검사들은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들 합니다.
인사 폭이 상당히 클거라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죠.
평검사들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진데요.
이번 인사안을 보고 한 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뭐지? 수사했다고 정말 다 날리네?”
또, 검사 개개인을 장기판의 졸로 보느냐?
검찰을 인사로 길들이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격앙된 반응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검사들 게시판이죠, 이프로스는 조용합니다.
박철완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가 올린글이 있긴 한데요.
내용 보면 “어제 발표된 고위직 인사는 과정과 내용이 모두 낯설다”면서도“그러나 검찰이 사정기관으로 바로 서는 데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 것” 이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검사들이 지금 상황을 수긍한다는 의미로 볼 순 없는게, 원래 이프로스는 판사들의 게시판 코트넷과 다르게 조용한 편이긴 합니다.
한 검사 말을 빌리면 “글 올리면 언론에 다 나가서 집중조명되는데, 글을 왜 올리냐”고 하더라고요. 대체적인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 질문2 】
윤석열 총장이 거취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은 게 없죠?
【 답변2 】
공식입장은 없습니다.
“어딜가서도 열심히 하자”는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은 어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인사 발표를 처음 들은 윤 총장의 발언이 전해지고 있는 건데요.
사실 '설왕설래' 했기 때문에 어제 저녁에 인사가 날 줄은 대검에서도 예상은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인사 발표가 났을 때 대검에서는 검찰총장 패싱을 한 문제를 두고 “인사 원칙이 무너졌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오긴 했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인사안은 보여주지 않고 윤 총장에게 “의견을 달라”고 반복했던 것만 봐도 인사에 문제가 많을 것이다 예상은 가능했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파격적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오늘 점심에 총장과 대검 간부들의 환송 점심 식사 자리에서도 성토하거나 토로하는 이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디가서도 묵묵히 잘하자" 이러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으로 사표 이야기가 나오면 좋아할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걸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 않느냐"며 "윤 총장이 이런 상황을 한두번 겪어본 건 아니지 않느냐" 이런 말도 나옵니다.
물론 새로 오는 참모진과 윤 총장의 호흡에 대해서는 예단할 순 없겠지만, 벌써부터 새로 중앙지검장으로 올 이성윤 검찰국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 질문3 】
그렇다면, 정권을 향하던 수사들이 앞으로 잘 되겠습니까?
그 부분이 이번 인사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텐데요?
【 답변3 】
사실 지휘라인보다 중요한 게 수사라인의 인사가 될텐데요.
지금 분위기를 보면 전체적으로 대폭 갈릴 것 같죠?
이럴 경우에 사건 처리 과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전제를 해도, 기본적으로 사건을 파악하고 적응하는데 소위 손발을 맞추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물론 조국 수사, 선거개입 의혹 수사, 유재수 감찰 수사 등이 상당부분 진행이 된 상황이고 이번주 중으로 검찰도 속도를 내고는 있습니다.
오늘만 해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이 고문으로 활동했던 균형발전위원회 압수수색이 벌어졌죠.
【 질문3-1 】
윤 총장이 독자적으로 수사 지휘를 따로 하거나 아니면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수사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리던데요?
가능성은 없나요?
【 답변3-1 】
진행중인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의지가 강하다보니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데요.
하지만, 인사 이후 내부적인 구도를 봐야할테고,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건 실현 가능성이 커보이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가 어떤식으로 나더라도 이전 사법농단 수사처럼, 담당 검사를 일정 기간 파견받는 식의 방법 등이 오히려 고려 대상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 질문4 】
조 기자!
좀전 리포트에서도 봤지만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라는 말을 했어요?
검사들 반응 어떤가요?
【 답변4 】
"말이 너무 심하다, 왜 저런식으로 말을 하냐 너무 놀랐다"는 반응부터,
"지금이 조선시대냐?" 라는 반응까지 전반적으로 검사들은 분개하고 있습니다.
"추 장관이 말 실수를 할리는 없고, 내가 상관이라는 계산으로 한 말"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 질문5 】
청와대 입장도 좀 짚어보죠?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건데, 어떻게 좀 해석해봐야 할까요?
【 답변5 】
어제 윤 총장과 신경전을 벌이던 추 장관이 돌연 오후에 법무부를 나가 청와대로 향했고 재가를 받아 늦은 저녁이죠, 7시 30분에 인사가 났잖아요.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패싱 경위와 파격 인사를 두고 청와대에서도 여러 질문이 쏟아졌는데요.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는 수사의 결과로 말하는 거고, 인사도 인사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법무부 입장에 보탤 필요성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부분에서 원만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는 밝혔는데요.
좀 들여다본다면,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청와대도 상당한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이낙연 총리도 검찰 인사 과정에 대한 유감을 밝힌 것으로 보이고요.
【 클로징 】
어쨌거나 인사는 났고, 앞으로도 인사는 남아 있습니다.
보복 인사가 아니라고 하고,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지켜볼 일입니다.
조 기자, 계속 취재해주세요.
[ 조경진 기자 / nice2088@mbn.co.kr ]
영상편집 : 이재형·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