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국인들은 태권도, 김치보다 이 '팔리 팔리'를 한국의 상징으로 기억할 정도. 그런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건 이 '빨리빨리'라는 단어 외에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최초'지요.
그러다 보니 탈이 나기도 합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세계 최초'는 물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에 집착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개장 전부터 세계 최초의 떡볶이 박물관이라며 자랑하던 박물관이 개장한 지 단 하루 만에 문을 닫는 해프닝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공사 장비들, 덜 마른 페인트 냄새, 로봇 시스템 고장, 이렇게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덜컥 문을 열었다가 관람객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할 수 없이 문을 닫은 겁니다. 세계 최초가 최악의 서비스로 기억에 남게 된 거죠.
세계 최초의 역사를 만들었다며 자랑했던 5G 상용화도 경쟁국인 미국보다 빨리 5G폰을 내놓는 데는 성공했습니다만,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기기나 콘텐츠 기술은 부족했죠. 소비자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세계 최초'였던 겁니다.
'세계 최초'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최초 경쟁'이 너무 많습니다. 업계 최초, 지자체 최초, 학계 최초, 동급 최초.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건 어쩌면 우리 사회 분위기가 1등하고만 비교하고, 1등을 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초가 무조건 최고, 또 성공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이제는 '속도'에서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필요합니다. 음식도 빨리빨리 만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잖아요. '빨리 빨리', 또 '최초'보다 소비자들은 '최고'를 기다린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