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두고 유가족 측은 고인의 유품을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것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유품들에는 고인이 평생 간직해온 곧은 생각과 소박한 성품이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최인제 기자입니다.
【 기자 】
편지지 앞뒤로 깨알 같은 글씨 1만 4천여 자가 적혀 있습니다.
지난 1982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주교도소에 수감되어있을 당시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쓴 옥중서신입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 "얼마만큼 당신의 생각을 많이 쓸까 연구하다가 이렇게 쓴 겁니다. 이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손으로 쓸 수 있는 글입니까? "
김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옷가지와 가방 등 유품 40여 점이 공개됐습니다.
평소 정치를 하는 후배에게 강조해온 행동하는 양심은 낙관에 새겨져 고인이 붓글씨를 쓰고나서 직접 찍기도 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연설에 나섰던 김 전 대통령은 구술로 연설문 초안을 잡고 나서 수차례 고쳐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공개된 유품에서는 고인의 곧고 소박한 성품뿐만 아니라 이희호 여사와의 애틋한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여사가 고인을 위해 한 땀 한 땀 뜨개질한 벙어리장갑과 양말에서는 쾌유를 비는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집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 "70년대 80년대 대통령께서 교도소 생활할 때 추운 겨울을 지내셔야 했는데 그때 손과 발에 털장갑, 털양말을 짜서 넣어 드렸습니다. "
이밖에 이 여사가 성경의 한 구절을 쓴 부채와 김 전 대통령 부부의 그림이 새겨진 쿠션에서 떠난 이의 빈자리가 느껴지게 합니다.
MBN뉴스 최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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