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주의로 성폭행 피해 아동에게 그때의 상황을 반복해서 진술하게 한 경우, 그 정신적 고통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끔찍하게 초등생을 성폭행한 이른바 조두순 사건과 무관치 않아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경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03년 당시 4살이었던 A 양의 어머니는 딸이 유치원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고소인 조사를 받게 된 A 양, 하지만 경찰 실수로 녹화한 내용이 모두 지워졌고 A 양은 같은 내용을 다시 진술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A 양과 가족들은 국가 실수로 다시 떠올리기 싫은 진술을 반복하게 됐다며 법원에 손해 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항소심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진술하는 자체가 큰 고통인 만큼 수사 기관 실수로 인한 것이었다면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을 존중하며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 인터뷰 : 오석준 / 대법원 공보관
- "수사기관이 피해아동의 진술에 관한 영상 녹화 자료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음으로써 같은 내용을 다시 진술하게 한 것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다만 경찰이 오빠를 가해자로 의심했고, 늑장 조사를 벌였다는 A 양측 주장에 대해선 현저히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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