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희대 패륜녀’ 사건이 체 가시기도 전에 ‘발길질녀’가 등장하여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은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되어 급기야 20대 여성이 만삭인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기에 이르렀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여 사건이 마무리 되었지만 이를 본 사람들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명, ‘발길질녀’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또다시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는 가운데, 이미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는 발길질녀에 대한 네티즌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임산부를 때린 니가 인간이냐’, ‘이건 살인미수다’라는 비방의 글들이 들끓고 있다.
분명 이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등장한 ‘oo녀’들은 개똥녀를 비롯해 군삼녀, 가장 핫이슈를 몰고 왔던 루저녀 그리고 최근 패륜녀까지 다양하며, 20대 여성이라는 점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가해자가 결국 피해자로 이어지는 결과를 몰고 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가해자 역시 인터넷에 공개된 사생활과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일상적인 생활조차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인터넷에는 oo녀들과 연관된 정보들이 떠돌고 있어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그녀들이 저지른 잘못은 사회적으로 비방을 받아 마땅하며 더 나아가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불과 그 소수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비일비재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oo녀들에게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간혹 사람들은 ‘마녀사냥’이라고들 하는데, 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다고 깊이 반성하고 속죄를 해도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사생활과 비방의 글들로 인해 ‘낙인’이 찍힌 이상 마치 족보처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또 다시 언급된다는 점에서 oo녀들 역시 분명한 피해자라 볼 수 있다.
사회문제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가해자가 제2의 피해자로 거듭나지 않도록 사회문제를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분명 무리가 따르고 한계가 있다.
또한 익명을 강조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비방은 더 이상 비방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의 마녀사냥은 여기서 멈추어야하지 않을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미 불거진 사건에 ‘익명’이라는 가면으로 쓰고 왈가왈부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회문제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MBN 조은혜 기자 (minori1020@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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