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오사카) 김원익 기자] 요즘 이대호의 1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지켜보는 팬들의 입장은 묘하다. 시즌 타율 3할4푼의 꾸준한 활약을 반기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5월 1홈런으로 좀처럼 터지지 않는 홈런포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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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현재 페이스는 절대 슬럼프가 아니다. 지난해에 비하면 오히려 훨씬 빠르다. 이대호는 지난 해 5월 19일까지 타율 2할5푼2리 6홈런 21타점에 그쳤다. 이후 교류전을 통해 시즌 성적을 부쩍 끌어올리며 타격 전 부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2년차를 맞아서도 여전히 순항중이다. 아쉬움은 상대적인데 있다. 현재 기록 중인 3할4푼의 시즌 타율은 퍼시픽리그 2위다. 28타점 역시 팀 동료 아롬 발디리스 등과 함께 공동 2위. 51안타는 최다안타 5위, 5할2푼의 장타율은 6위에 해당한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산한 OPS는 9할2푼5리로 6위에 올라있다.
일본 진출 1년차에 거둔 성적에 비해서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이대호는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의 성적으로 홈런과 타점은 각각 리그 공동 2위와 1위, 장타율 2위(0.478), 최다안타 5위(150개), 득점권 타율 4위(0.320) 등 각종 타격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다관왕을 놓친 아쉬운 기억이 팬들의 기대치를 높였다. 동시에 메이저리그 2인방의 대활약과 올 시즌 일본야구 용병들의 대폭발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의 영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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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서 맹활약하고 있는 추신수와 류현진의 존재도 크다. 팬들의 기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활약할 당시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대호와 견줄만한 일본 리그내 타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 용병들의 홈런페이스가 전반적으로 폭발적이라는 점도 홈런갈증을 호소하는 쪽의 근거다. 닛폰햄의 외야수 아브레이유가 12홈런으로 퍼시픽리그 1위에 올라있고, 4명의 용병 타자들이 이대호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중이다. 센트럴리그는 아예 주니치의 내야수 루나가 4할이 넘는 타율로 1위, 요코하마의 내야수 블랑코가 20홈런 52타점의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타격의 센트럴리그와 투수의 퍼시픽리그라는 경향에도 불구하고 워낙 홈런 지표 상위권 타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다보니 생긴 아쉬움이다.
이대호는 꾸준함과 몰아치기의 상징과 같은 선수. 시즌 44홈런, 9경기 연속 홈런
결국 ‘억울한 슬럼프’의 오명을 털어내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바로 지난해와 같은 대폭발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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