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마지막은 다를 줄 알았다. 유종의 미라는 표현처럼 속 시원한 골 폭죽 속에 이란을 꺾고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하길 희망했다. 그러나 참 왕고집이었다. 한국축구는 끝까지 바뀌지 않았고, 속 터지는 경기를 펼쳤다.
한국이 18일 이란에게 졌다. 우즈베키스탄을 골 득실차로 간신히 제치고 A조 2위를 차지,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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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무색무취의 축구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축구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기는 어렵다. 변해야 산다. 사진=김영구 기자 |
색깔 없는 축구는 유효했다. 톡톡 눈에 띄는 ‘발랄함’은 도통 보이지 않았다. “보완할 점이 많다. 우리만의 색깔이 없다”고 지적했던 이청용이다. 3개월 전의 발언이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난 뒤에도, 한국축구의 색깔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공격은 참 답답했다. 6월 월드컵 최종예선 3경기에서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한 공격 패턴이 통하긴 했지만, 이를 가지고 골로 만든 적은 없었다. 위협은 주되 결실은 없었으니, 성공작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다양함도 잃었다. 공격은 단조로웠고, 그마저도 목표를 상실했다. 부정확했던, 그래서 무의미했던 패스가 지나치게 많았다. 어떻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겠다든지 어떻게 공격을 펼치겠다든지, 그런 밑그림은 전혀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큰 색깔은 있었다. 한국은 이달 월드컵 최종예선 3경기에서 매번 ‘닥공’을 키워드로 삼았다. 목적이 어떠하든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이기에, 공격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하지만 세부적인 색깔이 전혀 없었다. 무수히 두들겼지만 그마저도 갈팡질팡했다. 골문을 연 건 극소수였다. 그마저도 2골이었고, 한 골은 자책골이었으며, 다른 한 골도 상대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들어가는 행운의 골이었다. 약속되고 완벽한 공격 패턴 속에 골을 넣는, 그런 작품은 전혀 없었다.
이란전만 해도 한국은 14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반면, 이란은 딱 1개의 슈팅을 골로 연결시켰다. 단순히 골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기 어렵다. 집중력 결여와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쓴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초점이 공격에 맞춰서 그렇지. 미드필드나 수비도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 공격의 활로를 만들지 못했으며, 단조로운 ‘뻥 축구’나 펼쳤다. 그마저도 정확성이 떨어졌으니, 도통 어떤 축구를 펼치려 하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무기력했고 답답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무색무취였다.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다. 그냥 90분 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거창하게 한국축구의 지향점을 찾아야 할 것까지는 없다. 그러나 어떤 목적도 어떤 방향도 잃어버린, 이런 되먹지 못한 축구로는 무언가를 이룩하기에는 힘들다.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을 기대하면서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축구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해야 사는 것으로 색깔을 찾으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축구는 백지 상태다.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바꿔야 한다. 새하얗게 변한 토양은 그나마 이란전 패배가 남긴 쓴약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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