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최강희 감독이 오랜만에 편안한 웃음을 되찾았다. 대표팀 감독 최강희가 아닌, K리그 30주년사를 빛낸 레전드 자격이었다. 20일 ‘K리그 30주년 리셉션’에 참석한 최강희 감독은 “예전에도 편했다. 하지만 안 편한 척 했던 것”이라며 특유의 넉살을 보였다. 하지만 왜 마음고생이 없었겠는가.
최강희 감독도 “큰 숙제를 마쳐서 홀가분하기는 하다”는 말로 비로소 속내를 꺼냈다. 1년6개월의 대표팀 여정. 그야말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최강희 감독에게는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이제 최강희 감독은 ‘돌아가야 할 곳’인 소속팀 전북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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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의 외출이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와 본업에 충실할 참이다. 거리를 두고 품었던 생각들을 가지고 이제 본인이 장기판 앞에 앉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최강희 감독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너무 이기는 것에 급급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 한국축구를 퇴보시키지는 않았나 자책도 든다. 내 자신도 실망스러운 점들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좋은 경험을 했다. 스타 선수들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하는 방법이나 급히 풀어야할 숙제들에 대해 많은 것을 얻었다”는 말로 총평했다.
이어 “애초부터 대표팀과 내 스타일이 안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어느 날 운명처럼 찾아왔다.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했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안에 있어보니 더 힘들더라. 하지만 운명이 바뀐 뒤 후회할 수는 없었다.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자리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는 말로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그는 “향후 나 같은 지도자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한부 감독’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축구인들을 위해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하지만 유능한 감독이 국내에도 많고 유럽에 진출해 있는 어린 선수들도 많으니까 차분히 만들어간다면 대표팀은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는 말로 덕담을 전했다.
최강희 감독의 ‘외출’은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본업에 충실할 참이다. 아직은 시기가 조심스럽지만, 최강희 감독은 소중한 외도 속에서 자신의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최 감독은 “K리그를 밖에서 바라보니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드는 것들이 보이더라. 반대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도 느꼈다”면서 “전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대표팀 생활을 통해)여러 가지 느낀 것을 K리그 발전을 위해 쏟아내겠다. 조그마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각오를 전했다.
실상 이러한 의견은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K리그 경기장을 순회할 때도 종종 내비쳤던 것이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던 것이 3자 입장에서 보니 달랐다는 뜻이다. 장기판을 내려다보면 훈수할 거리가 잘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품었던 생각들을 가지고 이제 본인이 장기판 앞으로 앉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 감독은 “어렵고 힘들 때, 애절하게 날 응원했던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잘 알고 있다. 그 팬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니까 당연히 전북으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아직 정확한 복귀
너무도 익숙하던 장기판(K리그)이지만 지금은 마치 낯선 장기판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더 의욕이 생기는 최강희 감독이다. 상처가 새살을 돋게 한다. K리그로 돌아온 최강희 감독, 그와 함께 할 전북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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