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투수 김광현이 에이스의 힘을 발휘했다. 올해 가장 빼어난 투구였지만, 거인과의 악연은 참으로 지독했다. 22일 홈런 2방에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롯데 자이언츠만 만나면 작아졌던 김광현이다. 두 차례 등판해 10⅓이닝 9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7.84에 이르렀다. 안타가 15개였고, 볼넷도 6개나 됐다. 올해 유독 롯데만 만나면 풀리지 않았던 SK였고, 김광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삼세번은 다른 듯 했다. 이만수 감독은 경기 전 “오늘은 (김)광현이가 잘 던질 것 같다. (정)상호와 배터리 호흡도 좋으니까. 좀 긁혔으면 좋겠는데”라고 바랐는데, 김광현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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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김광현은 22일 문학 롯데전에서 시즌 최고 투구를 펼쳤으나 홈런 2방에 울었다. 롯데와의 악연은 계속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날 김광현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1회를 공 6개로 가볍게 삼자범퇴로 더니 2회에는 강민호-전준우-조성환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등을 결정구로 써 롯데 타선을 봉쇄했다. 3회 역시 이승화에게 볼넷 1개를 내줬으나 큰 어려움 없이 이닝을 마쳤다.
난공불락이던 김광현은 4회 첫 실점을 했다. 1사 후 초구 118km/h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손아섭에게 좌월 홈런을 얻어맞은 것. 하지만 그게 마지막 실점이었다.
김광현은 강민호에게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내주는 등 흔들리는가 싶었으나, 어설픈 베이스러닝을 하던 강민호를 아웃시킨데 이어 전준우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5회부터는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야수들의 수비 미스로 실점 위기를 맞았는데, 그럴수록 더욱 집중력 있는 투구를 펼쳤다.
5회 첫 타자 유격수 나주환의 실책으로 주자를 2루까지 내보냈지만, 김광현은 김상호의 번트 타구를 재빠르게 잡아 3루로 던져 선행 주자를 잡았다. 그리고 신본기를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유도했다.
6회 역시 좌익수 김상현의 무리한 전진 수비로 이승화에게 2루타를 내줬고, 황재균의 진루타로 1사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김광현은 정훈과 강민호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으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7회를 플라이 3개로 깔끔하게 막은 김광현은 8회에도 마운드를 책임졌다. 김광현은 첫 타자 신본기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시즌 최다 이닝(7⅓이닝) 투구를 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김광현은 이승화를 스트레이트 볼넷으
스코어는 2-1에서 2-3이 되면서 김광현은 승리투수 요건이 사라졌다. 그리고 박정배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전 악몽은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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