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결국 해결사는 데얀이었다. 데얀이 골을 기록하지도 않았고 도움을 올린 것도 아니지만 데얀은 분명 승리의 주역이었다.
FC서울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두고 후반기 첫승을 신고했다. 승점 20점 고지에 오른 서울은 비로소 상위리그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반전을 알렸다. 더불어 지긋지긋한 ‘윤성효 징크스’도 깼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에스쿠데로였으나 숨어 있는 ‘데얀 효과’를 간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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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징크스 타파의 주역은 에스쿠데로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데얀 효과를 간과할 수 없었다. 대형 공격수의 존재감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주었던 데얀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올스타전에서 팀 클래식을 이끌던 최용수 감독은 데얀을 부러 많이 뛰게 했다. 올스타전 특성상 특정 선수를 무리시키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데 최 감독은 데얀을 전반을 모두 뛰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후반 초반까지 바꾸지 않았다. 다른 팀 선수들을 배려하는 동시에 데얀에 대한 일종의 질타였다.
23일 부산과의 경기를 앞두고도 최용수 감독은 데얀을 벤치에 앉혔다. 그는 “아직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본인은 컨디션에 문제없다고 하지만,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가 선발로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로 후보로 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데얀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
몰리나-에스쿠데로 투톱에 좌우 윤일록-고요한 그리고 중앙에 하대성-고명진으로 구성된 서울의 조합은 경기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부산의 박스 근처까지 공을 이동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마지막 매듭은 여의치가 않았다. 주위를 겉돌 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는 스트라이커의 빈자리가 아쉬웠던 흐름이다. 이는 곧 데얀의 공백을 의미했다.
최용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윤일록을 빼고 데얀을 투입했다. 그 선택은 결국 ‘윤성효 징크스’를 깨는 단초가 됐다. 어쩌면 컨디션 운운 속에는 이미 후반을 도모하겠다는 최용수 감독의 시나리오가 그려져 있을 수 있다.
데얀이라는 대형 스트라이커의 투입과 함께 부산의 수비는 더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에 묵직한 공격수가 배치되면서 수비수의 눈에 데얀이 보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몰리나와 에스쿠데로, 고요한 등은 전반에 비해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데얀이 직접 포인트를 기록하지 않아도, 이것이 바로 데얀 효과다. 결실은 16분에 맺어졌다.
고요한의 패스가 데얀에게 향했고 데얀은 그 공을 멈춰놓았을 뿐이다. 이를 몰리나가 낚아 채 중앙으로 드리블하다 에스쿠데로에게 패스했고, 에스쿠데로는 수비가 붙어 있는 상황에서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부산의 골문을 갈랐다.
시즌 9번째 도움을 올리면서 이 부문 단독선두를 질주한 ‘특급 도우미’ 몰리나와 필요할 때 순도 높은 득점을 올려주는 에스쿠데로가 선제골의 주인공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데얀 효과’를 간과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어도 상대 입장에서는 데얀이라는 골잡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서울의 경기가 끝난 뒤 ‘데얀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23일 경기가 그러했다. 데얀이 없던 전반의 양상과 후반의 그것은 차이가 있었다. 상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데얀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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