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천적 관계는 언젠가는 깨지지만 역시 쉽게 깨지지 않는 법이다.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KIA-SK전은 절대 강세, 그리고 절대 약세의 관계가 유효했다.
SK에 강했던 김진우는 또 웃었고, KIA에 약했던 크리스 세든은 또 울었다. 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 가운데 김진우는 7⅓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반면, 세든은 6이닝 9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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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김진우는 2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환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SK에 강한 사나이는 역시 대단했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
SK전 마운드에 오르기만 하면 호투했던 김진우의 ‘기분 좋은 징크스’는 이날도 계속됐다. 김진우는 빠른 직구와 함께 절묘하게 휘는 커브와 슬라이더로 SK 타선을 압도했다. SK 타자들은 위력적인 김진우의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
삼자범퇴의 연속이었다. 6회까지 큰 위기도 딱히 없었다. 그나마 2회 박정권의 내야안타와 한동민의 볼넷으로 무사 1,2루가 됐는데,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났다. 이재원의 번트 타구를 잡아 재빨리 3루로 던져, 주자를 아웃시켰다. 이어 김강민을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유도하며 벗어났다.
김진우의 호투로 KIA의 수비 이닝 시간은 참으로 짧았다. 투구수 관리도 훌륭했다. 매 이닝 15개 이하의 경제적인 투구로 이닝을 마쳤다. 6회까지 투구수는 불과 65개였다. 6이닝을 소화한 세든이 투구수 111개를 기록한 걸 고려하면 깔끔한 투구였다.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김진우는 7회 첫 실점을 했다. 안타 3개를 맞고서 1실점을 했는데, 운이 안 따랐다. 최정의 내야안타와 이재원의 좌중간 안타는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된 행운의 안타였다. 김진우의 공이 갑작스레 나빠져 집중타를 맞았던 건 아니었다. 김강민에게 초구에 적시타를 맞은 걸 제외하곤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8회는 못내 아쉬웠다. 대타 박재상을 헛스윙 삼진으로 잘 잡아놓고, 정근우의 기습번트 때 1루로 악송구를 한 것. 보크에 폭투까지 이어지면서 추가 실점을 했다. 8회 갑작스레 흔들리자, KIA는 김진우를 내렸다.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했으나 완투까지 내다봤던 터라, 아쉬움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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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1위의 SK 세든. 그러나 KIA만 만나면 죽을 썼는데 4번째 만남도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
단단히 벼르고 나갔던 4번째 등판도 다르진 않았다. 세든은 KIA 타선에게 두들겨 맞았다. 그의 장기인 제구도 잘 형성되지 않았다. 공은 높게 날아가 포수 미트에 꽂히는 등 칼날 같은 제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번번이 결정타를 얻어맞았다.
2회 선제 실점 후 1사 만루 위기를 잘 넘기는 세든이나 5회 와르르 무너졌다. 1사 2루에서 폭투로 김선빈이 홈을 밟도록
KIA전에 등판할 때마다, 타선이 터지지 않았던 점까지 빼닮았다. 세든이 마운드에 버티는 동안 SK 타선은 단 2안타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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