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11일 대전 두산전에서 희망 셋을 봤다. 누군가는 이것을 보고 ‘희망고문’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진짜 희망이다.
한화는 11일 대전 두산전에서 선발 투수 김혁민의 8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와 프로 데뷔 후 첫 만루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득점 4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른 송광민의 활약에 힘입어 6-0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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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희망고문이 아닌 진짜 희망 셋을 발견했다. 11일 대전 두산전서 8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김혁민(좌)과 데뷔 첫 만루홈런을 터뜨린 송광민, 그리고 팀으로서의 승리다. 사진=MK스포츠 DB |
마운드에서는 ‘김혁민 긁히는 날’이라는 모 포털사이트의 연관 검색어가 그대로 적용됐다. 사실 김혁민은 지난해만 해도 ‘긁히는 날’이 많았다. 1번의 완투승 포함 8승9패 평균자책점 4.06의 성적을 내며 호투했다. 특히 묵직한 직구는 모든 팀을 통틀어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강력한 구위를 자랑했다.
7년차인 올해, 류현진이 떠나간 빈자리를 메울 에이스 후보로도 기대를 모았지만 10일 전까지 14경기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6.21을 기록하며 기대했던 이들의 가슴을 모조리 태워버렸던 ‘나쁜 사람’이었다. 그랬던 김혁민이 11일 경기서는 5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친데 이어 8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8회까지 투구수가 104개였던 만큼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9회에도 등판해 생애 첫 완봉승을 노려볼만한 완벽투였다. 바로 그간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그 모습이었다.
송광민이 지난달 19일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를 마친 이후 불과 한 달도 안돼 희망을 쐈다. 6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송광민은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 니퍼트의 높게 제구된 5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월 그랜드슬램을 날렸다. 통산 30호 홈런이자 프로 첫 만루홈런. 동시에 복귀 이후 첫 홈런이었다.
송광민은 타격면에서 기대감이 큰 선수. 2002년 한화에 2차 10라운드 76순위로 입단한 이후 2006년부터 1군 무대를 밟았다. 2008년 75경기서 타율 2할7푼1리 7홈런 23타점의 성적을 내며 가능성을 보여준 이후 2009년엔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116경기서 타율 2할6푼1리 14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범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3루수로 보직을 변경해 전반기까지 타율 2할5푼9리 6홈런 34타점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시즌 중 입대영장이 나온 것. 한화 구단의 미숙한 운영 실수 탓이었다. 거기에 신병훈련소에서 부상으로 퇴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1년여를 고스란히 날렸다. 올해 복무 해제 이후 컴백까지 3년여의 시간. 의심의 시선이 많았으나 유격수 포지션을 꿰차 안정된 수비실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어 ‘만루포’로 완벽한 부활을 기대케 하고 있다.
11일 경기 또 하나 드러난 희망은 팀으로서의 야구의 가능성이었다. 이날 그간 부상과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캡틴’ 김태균은 8회 2사 2루서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희망을 쐈다. 선수들은 안정된 수비와 집중력으로 경기 승리를 지켰고, 최근 복귀한 필승 좌완 계투 박정진은 9회 1이닝을 1볼넷 1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2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
사실 앞선 한화의 시즌은 희망고문에 가까웠다. 희망고문은 ‘안될 것을 알면서도 될 것 같다는 희망을 주어서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올해 한화를 응원하는 팬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말과도 같았다. 한화는 70경기를 치른 현재 21승 1무 48패의 성적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4위 롯데에 17경기 뒤져있어 사실상 포스트시즌 경쟁은 무산된 상황. 한화 팬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건 성적만큼 답답한 내용이었다. 개막 13연패로 속을 새까맣게 태우거나, 영봉패 5회로 가슴을 먹먹하게 하거나, 6번의 1점차 패배로 울화통을 터지게 했다. 더욱 아픈 것은 지난해보다 더딘 승수 추가, 그리고 그보다 더 아쉬운 내용. 기대했던 선수들이 지난해에 비해 부진하면서 오히려 팀이 뒷걸음질을 친 듯한 인상을 주는 것
최근 몇 년 간 한화의 시즌 패턴은 비슷했다. 시즌 초 추락 이후 후반기 반등이었다. 어쩌면 이것을 기대하는 것조차 팬들에게는 고문일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끈기와 저력을 갖고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투혼의 승리다. 시즌은 이제 겨우 전반기 종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화의 2013 시즌은 이제 반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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