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서민교 기자] “감독님 감사합니다.”
클래스가 달랐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10년 만에 참가한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큰 일 날 뻔했다. 8번째 도전 만에 이룬 우승을 놓칠 뻔했다. 숨은 사연이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결승전에서 나지완(KIA, 2개)을 상대로 6개의 홈런을 때려내 홈런왕에 등극했다. 사진(포항)=옥영화 기자 |
‘홈런=이승엽’으로 통하지만, 유독 홈런 레이스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아들 은혁 군이 보는 앞에서 ‘아빠’의 괴력을 선보였다. 예선에서 강민호(롯데, 1개)를 상대로 8개의 홈런을 뽑아내더니, 4강전에서 김현수(두산)를 4-1로 제압했다. 마치 이승엽 앞에 선 거포들이 기가 죽은 것 같은 기운마저 흘렀다.
이승엽은 “좋네요. 내일이 되면 똑같겠지만, 지금은 정말 좋네요”라며 가슴 뭉클한 기분을 전했다. 이어 피칭 파트너였던 소속팀 포수 진갑용에게도 감사의 뜻을 보냈다. 진갑용이 이승엽에게 먼저 “한 번 던져줄까”라고 제안해 성사됐다. 이승엽은 “공이 제일 좋다. 타자가 치기 좋게 타이밍을 잘 맞춰서 던져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이승엽은 홈런 레이스를 고사했다. 손가락 부상 때문. 이승엽은 “우승을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손가락이 아파서 감독님께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알았다고 하셨는데, KBO에 요청을 해본 뒤 안된다고 하시더라”고 홈런 레이스에 출전하지 못할 뻔한 사연을 공개했다. 이승엽은 “1라운드에서 탈락할 줄 알았는데…”라며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우승은 이승엽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같이 나온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 이승엽은 아들 앞에서 아빠의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우승으로 그 약속을 기어코 지켜냈다.
이승엽은 “일본에 있을 때 1군에서 2군으로 내려가자 아들이 ‘왜 아빠는 거기에 있어?’라고 하더라. 그때 자괴감에 빠졌었다. 그래서 아들이 있는데 망신 당하면 안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라며 “제대로 된 아빠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일도 굉장히 좋은 추억을 만들 것 같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