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흔히 ‘분발했다’는 표현을 쓴다. 분발(奮發)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마음과 힘을 다하여 떨쳐 일어남’이라는 설명을 볼 수 있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이 곧 ‘분발’이었다.
홍명보호의 첫 출항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호주와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대한민국 축구는 ‘분발’의 의미 그리고 ‘분발’했을 때의 힘을 보여주었다. 비록 골은 없었으나 전체적으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경기였다. 공격의 전개는 근래 보기 드물게 생산적이었고 효과적이었다. 수비는,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이 “10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평가처럼 완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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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노림수는 분명했고 그 노림수는 적중했다. 호주전은 ‘분발’의 의미와 힘을 잘 보여줬던 한판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17일 소집한 홍명보호가 실질적으로 훈련할 수 있었던 시간은 18일과 19일, 단 이틀뿐이었다. 물론 홍명보 감독은 “48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축적한 경험과 매뉴얼을 통해 충분히 좋은 대표팀을 만들 수 있다”고 했으나 이는 시간부족에 대한 푸념 없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효과적인 운영을 펼치겠다는 지도자로서의 각오에 가깝다.
더군다나 그냥 48시간도 아니라 첫 48시간이었다. 홍명보 감독도 선수들이 처음이었고, 선수들도 새로운 지도자가 처음이었다. 그 아래서 만난 초면의 선수들도 있었다. 요컨대 조직적으로 일정 수준에 이르기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를 홍명보 감독이 모를 리 없고 밖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감안해야할 부분이 있어야했다는 뜻이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내용이 나왔다. 결국 ‘분발’의 힘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대표팀의 신뢰를 찾는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으며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의 근면과 성실 그리고 팀을 위한 희생, 그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전술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하기도 했다.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엿보이는 홍명보 감독의 의지였다.
결국 경기를 앞둔 2~3일 통안 홍명보 감독의 노림수는 분명했다.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던 홍 감독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선수들은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다하여 떨쳐 일어났으며 선수들의 분발이 곧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근래 답답했던 A매치에서의 모습과 비교해 홍명보 감독이 며칠 만에 대표팀을 바꿔놓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분명 변했다. 물론 진짜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바꾼 것은 사실이다. 분발의 힘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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