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원정팀인 리그 선두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서울전을 올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는 말로 강한 의지를 전했고 홈팀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 전원 나간다. 우리야 말로 총력전이다”이라는 표현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경기는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결과에 따라 포항의 질주가 공고해질 수도 있고 안개정국으로 빠질 수 있었다. 피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승부처에서 FC서울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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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던 흐름이 후반 들어 깨졌다. 최용수 감독의 침착한 인내심이 결국 2-0으로 포항을 잡은 원동력이 됐다. 사진(상암)= 김재현 기자 |
포항은 무리한 전진을 자제한 채 안정된 경기 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 역시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았다. 괜스레 달려들다 스스로 자멸하는 우를 범치 않기 위해 완급을 조절했다. 전반전은 지루할 만큼 정적이었다. 현재 1위 포항과 지난해 1위 서울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지만, 그만큼 서로 조심스러웠다는 방증이다. 스플릿 라운드 이후 매 경기 결승 같은 분위기가 만든 조심스러움이다.
승부는 결국 후반이었다. 카드는 황선홍 감독이 먼저 꺼냈다. 후반 8분 아껴두었던 이명주를 투입하면서 승부를 걸었다. 이명주가 투입되면서 경기 양상이 바뀌었다. 잔잔하던 수면에 떨어진 이명주라는 파장은 조금씩 경기의 템포를 빠르게 바꿔놓았다.
먼저 뛰었던 김태수보다 공격적인 전개라는 측면에서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이명주가 아껴둔 체력과 특유의 적극적으로 포항의 운영방식을 바꿔놓자 서울의 호흡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포항이 만든 변화가 포인트로 연결된 쪽은 FC서울이었다.
후반 23분, 지루한 0-0 행진을 깨뜨린 쪽은 서울이었다. 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은 고요한이 데얀과의 원투 패스로 측면을 돌파한 뒤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몰리나가 밀어 넣으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고요한의 공이 컸다.
팽팽하던 균형이 깨지면서 양 팀 벤치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후반 24분, 황선홍 감독은 노병준을 빼고 조찬호를 넣었으며 비슷한 시각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을 빼고 수비력이 좋은 한태유를 투입했다. 초점이 정확하게 구분된 교체였다. 포항은 넣어야했고 서울은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용수 감독의 대처가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기를 잡아도 공격 지향적인 운영을 펼쳤던 것과는 다르게 승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선택은 적중했다. 최용수 감독의 ‘인내심’은 포항의 조급함을
중요한 고비에서 승점 3점을 챙긴 서울은 승점 50점 고지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선두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반면 전북이란 고비를 잘 넘은 포항은 서울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2위권 팀들의 추격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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