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실패의 경험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다.”
염경엽(45)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두 번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독종이다. 수많은 실패 경험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선수와 구단 프런트, 지도자로 제3의 야구인생을 사는 그의 인생철학이 영웅들을 일깨웠다.
꼬박 6년이 걸렸다. 넥센이 2008년 팀 창단 이후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5년간 7-6-7-8-6위로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던 넥센이 지난 28일 페넌트레이스 3위 성적(69승2무51패)으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팀 창단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실패의 반복 역사를 깬 염 감독의 리더십이 발휘된 결과였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은 오랜 침묵을 깨고 2012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해 포스트시즌 좌절의 아픔은 시즌 중 김시진 감독 경질로 막을 내렸다. 넥센은 공석이 된 사령탑에 염 감독을 앉혔다. 깜짝 선임이었다.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염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내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의심의 눈총도 받았다.
그러나 염 감독은 부임 첫 해 자신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를 성적으로 잠재웠다. 넥센을 완성시킨 것은 염 감독이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꿈을 현실화시켰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의 우여곡절 역사와 꼭 닮았다. 선수 염경엽은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다. 1991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해 2000년 현대 유니콘스를 끝으로 은퇴했다. 프로 통산 10시즌 타율 1할9푼5리에 머문 백업 선수였다.
은퇴 후 행보도 다른 지도자들과 달랐다. 현대 운영팀에서 구단 프런트로 제2의 야구인생을 열었다. 이후 2007년 현대 수비코치를 맡았다가 이듬해 LG 트윈스로 옮겨 2011년까지 운영팀장과 수비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염 감독이 다시 넥센으로 돌아온 것은 2011년 겨울이었다. 1군 작전, 주루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로서 못 이룬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그렇게 먼 길을 돌아 넥센의 사령탑에 앉았다.
올 시즌 염 감독은 소신 야구를 펼쳤다. 탁월한 지략가로서 자신의 야구철학을 팀에 녹였다. 현장을 오가며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노력이 만든 결실이었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주전과 백업의 이분화와 훈련 시간의 최소화는 집중력을 높였다. 선수단에는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코칭스태프를 채찍질했다. 염 감독은 “내 잔소리를 정말 많이 들은 코치들이 가장 수고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할 정도였다.
철저한 관리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던 염 감독의 최대 위기는 시즌 중반에 찾아왔다. 6월에는 음주 파문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충격을 경험해야 했다. 이어 오심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며 8연패 늪에 빠졌다. 7월에는 국내 선발진이 무너지며 대체 자원을 찾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위기는 염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을 더욱 빛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염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리더십으로 흔들림 없이 선수단을 이끌었고, 오재영과 문성현을 토종 선발의 두 축으로 일으켜 세웠다. 뿐만 아니라 이성열과 김민성, 서동욱과 문우람의 재발견도 염 감독의 작품이었다.
염 감독은 “가을야구를
두 번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염 감독의 지독한 독종 리더십은 어느새 실패에 익숙한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다. 두려움 없는 영웅들로 재탄생한 넥센은 올 가을 가장 두려운 팀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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