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시즌 시작 전 야구 전문가들은 4강 예상궤도에서 당연하다는 듯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시켰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선수층이 얇다고 지적을 했다. 그러나 넥센은 보란 듯이 승승장구했고 위기 때마다 ’복덩이’들이 등장했다. 넥센을 4강으로 이끈 ’복덩이’ 시리즈. 외야를 지키는 장기영(31)이 4번째 주인공이다.
지난 마무리 캠프 때부터 염경엽 넥센 감독은 2번 타자 겸 주전 좌익수로 장기영을 앞세웠다. 투수 출신인 장기영은 상대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강한 어깨를 이용해 곧바로 홈으로 송구해 실점을 막는다. 높은 점프력은 홈런성 타구를 막아내고 슬라이딩 캐치 능력도 훌륭해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데 일조했다. 또한 빠른 발로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가 가능해 시즌 초반 서건창과 테이블세터를 이뤘다.
![]() |
장기영은 지난 4일 광주 KIA전 9회초 1사에서 윤석민의 초구를 공략해 3루타를 때려냈다. 사진=MK스포츠 DB |
5-2에서 한 점 차로 쫓기던 7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대타자 추승우의 좌전 적시타로 동점이 됐다. 그런데 이때 2루 대주자 송주호가 오버런 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장기영이 3루로 송구해 태그 아웃시켰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또 한 차례 장기영의 호수비가 나왔다. 김태완의 좌전 안타 때 홈 송구로 2루 주자 고동진을 홈 플레이트 앞에서 잡아냈다.
지난 8월 2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장기영의 잇따른 호수비가 팀 승리를 이끌었다. 6회말 1사에서 이병규의 타구를 펜스 앞에서 잡았다. 이어 7회말 2사 1루에서는 이진영의 타구를 슬라이딩로 캐치하는데 성공, 팀의 1-0 승리를 지켰다.
그러나 장기영은 최근 타격 부진에 빠져 주전보다는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출전하는 경기수가 늘었다. 올 시즌 115경기에 나와 타율 2할4푼2리 2홈런 30타점을 기록하며 20도루 54득점을 성공시켰다.
처음부터 부진하지 않았다. 장기영은 시즌 초반(3~6월) 62경기에서 타율 2할6푼1리 2홈런 13도루 34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7월(16경기)부터 타율(2할4푼5리)이 떨어지기 시작해 9월(13경기)에는 1할 대(타율 0.115)로 바닥을 쳤다. 더 이상 주전 외야수로서 선발 출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성적이었다.
이대로 주저할 순 없었다. 그라운드보다 더그아웃을 지키던 장기영이 부진을 털어내는 부활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2위 굳히기에 나섰던 10월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장기영은 5-3으로 앞선 8회말 좌익수 대수비자로 출전했다. 이어 9회초 1사에서 윤석민의 초구를 공략해 우익수 오른쪽을 파고드는 3루타를 날렸다. 득점의 물꼬를 튼 장기영은 2사 2, 3루에서 김민성의 우전 적시타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 후 장기영은 “시즌 마지막 타석이라 생각하고 때렸다. 올 시즌 윤석민이 나를 상대할 때 직구를 던진 뒤 체인지업을 던졌던 경우가 많다는 것을 기억해 직구를 노렸고 운 좋게 안타가 됐다. 달리기를 잘해 3루까지 질주한 것이 장타로 이어진 것 같다. 중요한 경기에서 오랜만에 성적을 내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선발에 대한 간절함은 장기영의 경쟁력을 지배했다. 장기영은 “최근 부진으로 인해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선발 라인업에 드는 것에 절실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시즌을 임하는 각오로 “경기에 나가게 되면 한 타수 한 타수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염경엽 감독은 대전 한화전에 앞서 장기영에 대해 “팀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보유하고 있는 카드를 다 쓸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 날 장기영의 타격에 대해 “초구는 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에 따른 작전으로 스퀴즈 번트를 생각했다”라고 털어놓은 뒤 “장기영의 3루타가 팀에게 안정권을 안겨줬다”라고 칭찬했다.
넥센에는 강한 어깨와 재빠른 판단력을 가진 외야수들이 많다. 넘쳐나는 외야 자원으로 그들만의 치열한
이제 넥센은 2위가 아닌 우승을 향해 달린다. 더 이상의 실수와 부진은 용납할 수 없다. 자신감을 회복한 장기영이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복병으로 나서 공격과 수비에서 활약할지 기대한다.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