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대박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5일, 두산은 LG의 감격스런 세리머니를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선거 개표 방송보다 더 급박하게 움직인 실시간 우열싸움에서 두산은 초반 우세를 보이다가 6회 역전을 허용, 당선의 길목에서 낙마가 결정된 출마자의 심정과 같은 상실감을 경험해야 했다. 단 하나의 변수가 당락을 좌우하는 선거와 같이 두산은 6회말 기세를 빼앗긴 후 추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패배의 쓴 잔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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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올 시즌 가을야구는 마운드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2-5의 패배, 이로써 두산은 올 시즌 치른 128경기에서 71승3무54패 승률 5할6푼8리를 마크, 페넌트레이스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최종전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올 시즌 팀 타율, 안타, 득점, 장타율 등 홈런을 제외한 전체 공격 순위에서 1위를 고수한 두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시즌 내내 마운드였다. 전반기엔 니퍼트를 제외한 전 선발진이 고전을 면치 못하며 리그 6위까지 순위를 떨어뜨렸고, 후반기에는 니퍼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불펜진의 난조까지 더 해 늘 어려운 경기를 풀어왔다.
식지 않는 불방망이와 역동적인 발야구를 앞세워 평균 이상의 득점을 기록했음에도 리그 4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에는 ‘땜빵’ 형식으로 유지돼 온 마운드의 불안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3.5게임 차의 아슬아슬한 순위싸움이 펼쳐진 최종전에서 두산은 2위 반등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결국 6회말 마운드가 무너지며 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여기에 3회를 제외한 전 이닝에서 주자가 출루했지만 2득점에 그친 타선의 응집력 부재도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가을 야구 단골손님인 두산이지만 큰 게임에 대한 부담감 및 압박감을 견뎌내기는 똑같이 어렵다는 인상을 주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8일부터 넥센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단 이틀간의 휴식만을 취한 후 돌입해야 하는 가을야구이기에 단기간의 반전이나 변화를 바라기는 힘들다. 또한 승기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충격도 이겨내야 할 과제이며 비슷한 스타일의 강력한 타선을 자랑하는 넥센이 상대라는 것도 부담이다.
관건은 타선의 강력함을 유지한 채 마운드가 호전 될 수 있는 지 여부다. 최종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타선은 리그 어느 팀도 간과할 수 없는 두산의 장점이다. 주전과 백업을 구별하기 힘든 고른 공격력과 더불어 끊임없이 진루를 노리는 발야구 스타일 및 야수진의 매끄러운 수비도 두산이 가을야구에 자주 초대된 요소들이다.
남은 것은 마운드 운영의 묘(妙)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 한 니퍼트를 중심으로 한 선발진의 뒤를 받쳐 줄 계투진의 선전이 가을야구의 기간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확히 정해진 마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홍상삼 윤명준 오현택 변진수 등의 계투진이 얼마나 안정적인 허리 역할을 해 주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은 바뀔 수 있다.
올 시즌 두산은 3~4점을 내주고도 4~5점을 따라잡는 스타일로 승수를 쌓아왔다. 1~2점의 점수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그러나 가을야구의 단골 손님이라는 경험적 이점을 살린다면 상대적으로 더 한 부담감 및 압박감을 견뎌야 하는 넥센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기도 한다.
[lsyoo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