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20일 울산과의 홈경기 결과 이후 온도가 확 달라졌다. 경기 전까지는 여유가 넘쳤다. 일단 ACL 결승전에 올라 있는 것이 든든했다. 5시즌 연속 K리그 클럽의 ACL 결승 진출의 바통을 연결했다는 자부심과 돈으로 전력을 구축한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오만방자함을 무너뜨리겠다는 자존심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다.
포커스가 ACL에 맞춰진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K리그 클래식을 소홀할 순 없었다. 소홀할 이유가 없었다. 울산과의 경기 전까지 서울은 30경기를 치르며 51점을 획득해 4위를 달리고 있었다. 선두 포항이 32경기에서 36점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숨은 배경을 감안한다면 서울도 선두권이었다. 만약 울산을 잡았다면 서울은 31경기에서 승점 54점을 쌓을 수 있었으니, 아시아 정복은 물론 내심 K리그 2연패도 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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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이 위기에 처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10월26일 광저우와의 ACL 1차전이 관건이다. 꼭 이겨야 내일이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여러모로 피해가 컸던 패배다. 다가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ACL 1차전을 치러야하는 서울로서는 분위기상 좋을 것이 없다. FC서울에게 1차전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결승은 홈&어웨이 1-2차전 결과를 합산하는데, 중국의 엄청난 관중과 텃세 속에서 치러야할 2차전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1차전을 잡아야한다. 4강에서 에스테그랄의 홈구장인 ‘아자디 스타디움’의 저주를 깰 수 있었던 것은 1차전을 2-0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당한 패배라 더 씁쓸하다. 경고누적 때문에 결승 1차전에서 출전하지 못하는 차두리의 대체자로 최효진을 투입시켰던 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도 아쉽다. 최용수 감독은 “여전히 최효진을 믿는다”는 말을 했으나 자신감을 챙겼어도 부족했던 판에 괜스레 마음이 무겁게 됐다. 손해는 ACL 뿐만이 아니다.
울산전 패배로 서울은 정규리그 우승 다툼에서 한 걸음 멀어진 모양새다. 울산(31경기 58점) 포항(32경기 56점) 전북(31경기 56점)과 비교할 때 31경기 51점으로 4위인 FC서울의 힘은 떨어져보인다. 5위인 수원(31경기 50점)의 추월까지 조심해야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결승 1차전과 2차전 사이의 정규리그는 제대로 힘을 쏟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2연패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요컨대, 위기다.
두 마리 토끼(ACL+정규리그)를 잘 쫓아가다 막판에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모른다. 최고의 풍작을 앞두고 있던 농부가 졸지에 썰렁한 바구니를 들고서 허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뒤가 든든했던 FC서울이 벼랑 끝에 몰렸다. 결과론적인 위로가 될 수 있으나, 차라리 이 절박함이 낫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중국 대륙을 넘어 아시아 축구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이다. 이탈리아대표팀을 2006독일월드컵 정상으로 견인했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비롯해 엄청난 자금력으로 스쿼드를 사들인 광저우는 최초의 중국클럽 ACL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강호와의 대결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고 있는 서울이다. 울산전 패배와 그로 인한 정규리그에서의 위기의식이 외려 선수들을 자극하고 있다.
올 시즌의 경기는 10월26일 단 1경기뿐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괜한 설정이 아니라 FC서울의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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