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홍명보호의 올해 일정이 종료됐다. 마지막 2연전이었던 스위스전과 러시아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1승 1패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경기 결과보다 자신감 수확이 가장 큰 소득이라던 홍명보 감독이었다. 그러나 홍명보호 5기 23명이 모두 웃은 건 아니었다. 더 크게 웃은 이가 있는 반면, 웃음을 잃어버린 이도 있었다.
홍명보호는 마침내 김신욱 사용 설명서를 터득했다. ‘뻥 축구’는 없었다. 유기적이면서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고, 강호를 상대로 통한다는 걸 입증했다. 이청용(볼튼), 손흥민(레버쿠젠) 같은 조력자의 공도 컸지만, 누구보다 잘 한 건 김신욱(울산)이었다.
![]() |
김신욱은 11월 스위스전과 러시아전을 통해 등번호 ‘9번’를 쓸 자격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신욱은 볼 키핑과 함께 이청용, 손흥민, 이근호(울산) 등 2선 공격수의 침투를 도왔다. 장기인 제공권도 여전했다. 스위스전과 러시아전에서 세트피스 때 그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됐고, 골 맛도 봤다. 지난달이 한국영(쇼난 벨마레)의 재발견이라면, 이번달은 김신욱의 재발견이었다.
이근호도 홍명보호의 주요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9월부터 유럽파가 들어온 뒤 밀린 양상이었지만 지난달 말리전부터 눈도장을 받기 시작했다. 스위스전에서는 조커로 투입돼, 활기찬 몸놀림을 펼치더니 후반 41분 이청용의 헤딩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러시아전에서도 김신욱, 이청용, 손흥민과 조직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쳤다.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위협적이었는데, 전반 18분과 전반 19분 잇달아 매서운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부상으로 확고한 주전 입지를 다졌다고 하긴 이르나 분명 홍명보 감독의 공격 옵션 가운데 우선 순위다.
홍명보호에 첫 발탁된 남태희(레퀴야), 고명진(서울)도 짧은 출전 시간이지만 제 실력을 펼쳤다. 2경기 연속 교체 투입된 남태희는 활기찬 몸놀림을 선보이며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스위스전에서 역전골의 시발점 역할을 한 그는 러시아전에서도 후반 26분 날카로운 프리킥 슈팅을 때리기도 했다.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고명진도 공격진에 예리한 패스를 공급하며 지원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기성용(선덜랜드)의 파트너가 되지 못했고, 중앙 미드필더로서 가장 적은 시간을 뛰었지만 존재감은 보였다. 다음을 기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 |
정성룡보다 더 앞날이 어두운 건 박종우다. 한국영이 빠진 사이 그는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러시아전에서 그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스위스전에서 김승규의 활약을 보고 초조했을 법하다. 김승규는 실점을 했지만, 그의 잘못보다 이용(울산)의 실수 탓이 컸다. 그런데 러시아전에 나간 정성룡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 전반 12분 판단력 미스로 러시아의 크로스를 막지 못해 동점골을 허용했다.
최근 폼이 떨어졌다는 지적 속에 지난 10일 K리그 클래식 포항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던 정성룡으로선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박종우도 얼굴빛이 어둡다. 박종우는 지난 9월 크로아티아전 이후 첫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여기에 홍명보호에서 기성용과 첫 호흠을 맞췄다. 다들 2012런던올림픽에서의 환상 호흡을 기대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투사로서 이미지를 잃었다. 이도저도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