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시즌 항해에 나섰던 서정원 수원 감독의 신고식은 호됐다. 실패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우나 성공적이라는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마지막 비빌 언덕이던 ACL 진출권도 놓쳤다.
수원은 23일 홈에서 열린 울산과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울산이 6연승과 함께 우승의 ‘9부 능선’을 오른 것과 대조적으로 수원은 5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다음 시즌 ACL 진출에 실패했다. 수원이 올라설 수 있는 가장 높은 순위는 현재 밟고 있는 5위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태롭다. 승점 50점에서 계속해서 발이 묶인 사이 6위 부산(49점)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올라갈 곳은 없어도 떨어질 곳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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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다음 시즌 ACL 진출에도 실패했다. 부상자가 워낙 많았던 악재 속에서 서정원호의 첫 출항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래도 홈에서는 나았다. 수원이 올 시즌 중위권으로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원정에서 너무나 무기력했던 까닭이다. 어웨이에서 수원은 6승2무10패에 그쳤다. 승률이 40%(38.9%)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두권과의 비교는 고사하고 30%대는 경남, 강원, 대구, 대전 등 강등권 싸움을 펼치고 있는 하위권 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하나였던 서정원 감독이 수원의 차기감독으로 결정됐을 때의 기대감을 생각한다면 미치지 못했던 첫 항해다. 사실 서정원 감독으로서는 답답할 것이다. 변명할 것들이 많다. 시즌 내내 자신이 원하는 라인업을 꾸린 적이 거의 없다.
시즌 초 캡틴 김두현이 덜커덕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복귀까지 8개월이 걸렸다. 김두현이라는 조타수를 중심으로 구상했던 계획은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김두현을 시작으로 정대세 곽희주 이용래 조동건 서정진 조지훈 등 끊임없이 부상자가 나왔다. 서정원 감독의 입에서 한숨이 마를 날 없었다.
여름에는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했다. 크게 삭감된 구단 운영비와 함께 서정원 감독은 울며겨자먹기로 스테보 라돈치치 보스나의 이탈을 지켜봐야했다. 산토스가 들어왔으나 대형 공격수가 빠진 수원의 공격력은 위력이 크게 반감됐다. 보스나의 빈자리도 컸다. 실상 최근의 5연패를 비롯해 수원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공격력보다는 수비불안에서 이유를 찾는 목소리가 많다.
치고 올라갈 기회는 있었다. 스플릿라운드 초반은 좋았다. 부산 인천 전북 포항 서울로 이어지는 초반 5연전에서 수원은 2승3무를 기록했다. 때문에 부상자들이 돌아오고 염기훈이 제대하는 후반부에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외려 반대 시나리오가 됐다.
지난 10월27일 울산에게 1-2로 패한 수원은 이후 서울 포항 부산 그리고 23일 다시 울산에게 1-2로 지면서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언급했듯 수비가 문제였다. 수비라인은 허술했고 믿었던 정성룡 골키퍼
흉년이다. ACL은 조별예선에서 탈락했고 FA컵 역시 16강에서 중도하차했다. 마지막 보루였던 다음 시즌 ACL 진출도 물거품 됐고 이제는 정규리그 5위 자리마저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서정원호의 첫 항해는 소득 없이 허무하게 끝났다. 신고식은 꽤 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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