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가고시마) 표권향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장민석(31·개명 전 장기영)이 두산 베어스 윤석민과 1:1 맞트레이드 됐다. 예상하지 못한 이적에 당황하기는 했으나, 이를 기회로 삼아 자신의 야구를 되찾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장민석은 26일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 도중 윤석민과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다. 넥센과 두산의 트레이드가 단행되던 당시 장민석은 오전훈련 중이었다. 장민석은 “운동하고 있는데 매니저가 불렀다. ‘미안하다’라며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얼떨떨했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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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석은 26일 윤석민과 1:1 트레이드돼 두산으로 둥지를 옮긴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번 상황은 달랐다. 자신의 트레이드 소식에 가족과 지인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일부러 자신의 기사를 찾아 읽었다. 불안이 급습했고 한숨이 깊어졌다. 장민석은 “두산은 대기업이고 팬들이 많다”라고 운을 뗐다. 잠시 숨을 고른 장민석은 “왜 트레이드를 했느냐는 기사가 대부분이었고, 팬들은 나를 반기지 않았다”라며 가슴 아파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이 장민석을 자극했다. 장민석은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 특히 기사와 댓글로 상처받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뒤 “솔직히 속상하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두산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장민석은 2001년 신인 1차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에 입단했다. 2010년 119경기 타율 2할8푼3리 47도루 60득점을 기록하며 프로데뷔 10년 만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2011(타율 0.242)-2012(타율 0.246)-2013년(타율 0.242) 부진으로 어렵게 차지한 주전 명함을 다른 선수에게 넘기게 됐다.
첫 가을야구에서도 실망스러웠다. 지난달 11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1회초 1사 3루에서 장민석은 번트를 시도하다 삼진을 당했다. 이 장면은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이를 당황하게 했다.
장민석은 “큰 경기에서 사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당황했던 내 잘못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만 생각해도 아찔하다는 장민석은 “벤치에서 사인을 봤을 때 헷갈렸다. 무슨 사인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당황했다. 볼카운트 2-0이었기에 더 망설였다”라고 말할 때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혼란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장민석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때 유독 나에게 많은 기회가 왔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생각처럼 되지 않아 어려웠다. 모든 게 내 잘못이다”라며 자책했다.
그 당시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는 장민석은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했을 때 눈치 보지 않고 야구를 했다. 타석에서 잡생각하지 않아 마음 편하게 운동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에 생각이 많아지면서 상황 판단에 있어 더 헷갈렸다”라며 “생각하는 야구를 하는 것이 맞지만,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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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석은 뛰어난 수비 능력과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로 넥센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사진=MK스포츠 DB |
어렵게 말을 이어가던 장민석은 “3년 간 전반기와 후반기의 페이스가 다르다. 이러한 성적이 3시즌 동안 반복됐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 가장 힘들었다. 올 시즌 성적은 스스로 창피하다”라고 털어놨다.
마무리 훈련 중 기영에서 민석으로 개명했다. 장민석은 "높을 '기(기)'를 사용했었는데, 이름에 들어가는 한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자 혹은 이름을 바꿀 생각이었다"라고 전했다. 장민석의 개명 소식이 전해지자 성적향상 때문이라는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로 인해 부담감으로 위축됐었다고 한다. 장민석은 "민석은 크게 된다는 뜻을 가졌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야구를 하겠다는 건 당연하지만 이 때문에 개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트레이드는 장민석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장민석은 “이번 마무리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나에게 좋아지고 있다라고 응원해줬다. 나 역시 모든 감각이 올라오고 있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민석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2010년 첫 번째 기회를 잡았다면, 이번 트레이드를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 내 인생의 두 번째 기회로 삼겠다”라며 굳은 다짐을 했다.
장민석은 “2010년 이후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 2009년부터 나에게 관심을 가져줬던 이장석 대표와 나에게 기회를 줬던 김시진 감독님, 염경엽 감독님의 기대치에 못 미쳐 죄송하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어 “오기가 생겼다. 좋은 컨디션에서 팀을 옮긴다. 이 감각을 유지해 시즌을 준비하는데 집중하겠다. 팀에 빨리 적응해 내가 할 역할이
현재 두산은 이종욱 임재철 등의 이적으로 발 빠른 외야 자원이 부족하다.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장민석이 남 다른 각오로 이들의 공백을 메꾼다. 오기로 무장한 장민석의 독기가 내년 두산의 허슬 플레이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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