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단두대 매치라는 표현이 흔해졌다. 피할 곳도 물러날 곳도 없는 상황에서의 만남을 일컫는 관용구가 되는 분위기인데, 사실 꽤 무시무시한 설명이다. 가끔은 그리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경기에도 쓰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단두대 매치다. 서로가 서로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애가 탄다.
리그 13위 대구FC와 12위 강원FC가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다음 시즌을 어떤 무대에서 뛰느냐가 걸린 중대한 경기다. 무조건 12위는 차지해야한다. 그렇다고 1부 잔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K리그 클래식 12위는 K리그 챌린지 우승팀인 상주상무와의 플레이오프(12월4일/7일)를 통해 잔류냐 강등이냐의 여부를 결정한다. 일단, 12위는 해야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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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맞대결에서 2-2 무승부를 거두면서 강원도 대구도 마지막 라운드가 단두대 매치가 됐다. 이 경기 승패로 엄청난 희비가 갈린다. 사진= 대구FC 제공 |
두 팀 모두 27일 맞대결 결과가 아쉽다. 강릉에서 열린 두 팀 간의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표면적으로는 2-0으로 앞서고 있다가 2-2 무승부에 그친 대구FC가 더 뼈아프다. 전반 32분 레안드리뉴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4분 황일수의 추가골이 터졌을 때만해도 대구의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다. 그런데 10분을 버티지 못했다. 후반 35분과 후반 40분 최승인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면서 통한의 무승부에 그쳤다.
만약 대구가 승리를 지켰다면 두 팀의 입장은 바뀔 수 있었다. 승점 33점이 되는 대구는 12위가 되고, 승점 32점의 강원은 13위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물론 강원으로서도 아쉬움이 진한 결과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승점 35점의 강원은 승점 30점의 대구를 밀어버리며 12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만났을 때,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서 두 팀은 모두 마지막 라운드에서 단두대에 오르게 됐다. 승점 2점 앞서고 있는 강원이 여전히 유리하지만, 어차피 승리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강원이 제주와 비기고 대구가 경남을 이겨서 승점이 동률이 된다면 골득실차로 순위를 가리게 되는데 이땐 대구가 유리하다. 37라운드까지 대구의 골득실이 –21, 강원은 –30이다.
강원이 만나는 제주나 대구가 상대할 경남은 모두 크게 동기부여가 어려운 팀이다. 제주가 강원을 잡으면 하위그룹 선두인 8위에 오를 수 있다는 상징적 영예가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배수진의 각오로 나설 강원의 절실함과는 다르다. 사실상
결국 지금 중요한 것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들이다. 2부리그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발목을 잡으면 스스로 무너질 개연성이 적잖다. 진짜 ‘단두대 매치’다. 서로가 서로를 만났을 때, 그때 해결하지 못한 것이 곱씹히게 아쉬울 두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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